[이미영기자] 막장 드라마일까, 마약 같은 드라마일까.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왔다 장보리'는 막장의 영역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면서도 그 이상의 카타르시스를 안겨준 '마약 같은' 드라마였다.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극본 김순옥 연출 백호민)가 12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마지막회에서는 극중 모든 인물들의 갈등이 봉합되고 화해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연민정(이유리 분)은 자신의 악행을 뉘우치며 새 삶을 살았고, 장보리(오연서 분)는 일과 사랑 모두 성공하며 활짝 웃었다.
'왔다 장보리'는 올 안방극장 가장 뜨거운 화제작이었다. 시청률이 이를 증명한다. 9.8%로 조용한 출발을 알렸던 '왔다 장보리'는 스토리 전개가 탄력이 붙으면서 시청률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중후반부터 10% 후반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탔고 금세 30%대를 돌파했다. 그간 주말극 불패신화를 이어왔던 KBS 주말극을 넘었고, 올해 방영된 드라마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시청률 40%를 앞두고 '국민드라마'라고도 불렸다.
'왔다 장보리'는 어떻게 안방 시청자들을 사로잡았을까.
'왔다 장보리'는 친딸과 양딸이라는 신분의 뒤바뀜으로 극도의 갈등 상황에 놓이게 되는 두 딸 장보리와 연민정, 그리고 두 어머니의 이야기다. 엄마와 딸이 화해하고 진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아내의 유혹' '천사의 유혹' '다섯손가락' '가족의 탄생' 등 화제작들을 집필한 김순옥 작가의 작품. 때문에 방송 전부터 막장 드라마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일부 배우가 "막장에 대한 우려를 갖고 시작했다"고 밝혔을 정도.
시작은 여느 막장 드라마와 다르지 않았다. 출생의 비밀을 안고 있는 주인공 장보리와 그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 간의 갈등은 진부했다. 캔디 같은 여주인공과 악녀의 대립, 기억상실증, 재벌가의 이야기까지, 여느 드라마에서 봤을 법한 고리타분한 소재들로 점철됐다. '역시 뻔한 막장드라마였다'는 성급한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왔다 장보리'는 본격 스토리 전개로 승승장구했다.
빠른 전개는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고, 선악의 분명한 대립으로 카타르시스를 전달했다. 출생의 비밀 등으로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분위기는 장보리와 김지훈의 달콤한 러브라인, 또 장보리-비단 모녀의 이야기로 상쇄됐다.
물론 자극적인 스토리도, 개연성 떨어지는 전개도 있었다. 양딸 보리를 구박하고 친딸 연민정만을 감싸는 도혜옥 캐릭터는 다소 억지스러웠다. 너무 착해 매번 당하는 보리와 끝없는 거짓말과 악행을 저지르는 민정의 반복되는 대립이 답답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같은 스토리마저도 불쾌하지 않게,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것 또한 '장보리'가 가진 힘이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드라마 속 캐릭터들이 극의 인기를 견인했다. 악녀 연민정이 대표적이다. '왔다 연민정'으로 불릴 만큼, 연민정의 활약에 시청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자신의 부모를 버렸고, 부잣집 아들이 아니라는 이유로 동거했던 연인을 버렸다. 자신이 낳은 아이에 대한 모성애는 찾아볼 수 없었고, 재벌가 며느리가 되려고 기를 썼다. 자신의 자리를 대신 차지한 장보리에 대한 악행은 하나 하나 열거할 수 없을 정도. 눈을 부릅뜨고 소리를 질렀고, 거짓말과 변명으로 일관했다. 연민정의 악행이 하나씩 들킬 때마다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동시에 가련한 동정심이 들기도 하는 묘한 캐릭터였다.
후반부 연민정에 포커스가 집중됐지만, 출생의 비밀로 눈물 연기를 쏙 뺀 비단(김지영 분)과 연민정을 덜덜 떨게 만드는 문지상(성혁 분), 연민정에게 늘 당하기만 하는 재희(오창석 분) 등 캐릭터들도 드라마에 힘을 보탰다.
'왔다 장보리'의 인기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며 '막장'이라 평가절하하는 이들도 있지만,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모으며 주말이면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모으는 힘이 더 컸다. 한 번 보면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마약 같은 드라마'라고 불리는 것도 '왔다 장보리'의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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