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야! 프리미어리거 같은데?"
상대팀 선수들을 바라보다 체격이 좋은 것을 보고 놀란 선수가 한 마디를 하자 다른 선수는 "아니야 우리도 클럽 출신 많다"라고 응수한다.
프로팀이 아니다. 생활축구로 불리는 아마추어 선수들의 대화였다. 이들은 9일 전라남도 해남군 우슬축구전용구장 등 총 4개 구역에서 열리는 제23회 대한축구협회장기 전국축구대회에 참가해 기량을 겨뤘다.
9~10일까지 이틀 동안 열리는 이번 대회는 지난해까지는 '대한축구협회장기 국민생활체육 전국축구대회'라는 명칭으로 열렸다. 그러나 지난 2월 22일 대한축구협회와 국민생활체육 전국축구연합회 통합 후 '대한축구협회장기 전국축구대회'로 대회명이 변경됐다.
소위 생활 축구와 엘리트 축구의 결합과 디비전(승강) 시스템 구축을 원하는 대한축구협회의 첫 번째 통합 대회인 셈이다. 축구협회는 향후 7~8부리그까지 구축해 생활축구도 엘리트처럼 체계를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는 대회 개최지인 전라남도가 9팀, 서울특별시(3팀), 인천광역시, 대전광역시, 광주광역시, 울산광역시, 충청북도, 충청남도, 제주특별자치도, 세종특별자치시(이상 각 1팀), 전라북도,경상남도(이상 각 2팀)에서 총 24개 팀이 나섰다. 모두 해당 지역에서 예선을 거친 최강 팀이다.
예선을 치르고 8강부터 토너먼트로 우승을 가린다. 생활 축구라 전, 후반 25분씩 뛴다. 엘리트 축구의 전, 후반 45분과는 차이가 있지만 열기는 대단했다.
생활 축구를 엘리트 축구 안으로 들어오게 한 축구협회는 정몽규 회장, 김호곤 부회장 등 임원들이 총출동했다. 김휘 전 전국생활축구연합회장과 박철환 해남군수, 이길훈 해남군의회 의장까지 찾아 대회에 각별한 신경을 쏟았다.
대회 수준은 꽤 높았다. 과거 2008 올림픽대표팀을 경험하고 인천 유나이티드에서도 뛰었던 안태은(해남 동백FC)과 장경진(해남 동백FC)도 뛰는 등 과거의 실력을 뽐내는데 주력했다.
이들은 전남 대표로 나서 청주시 대표(SMC엔지니어링)와 경기를 치렀다. 장경진은 골을 넣는 등 왕년의 실력을 자랑했다. 안태은도 중앙 수비수로 노련하며 수비를 조율했다.
아직 갈 길은 멀다. 프로와 아마추어 사이의 완전한 승강제도 구축해야 하고 심판도 생활체육과 확실히 통합해야 한다. 그야말로 이제 시작인 셈이다.
개회식에 참석한 정몽규 회장은 "엘리트 분야도 잘 알고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데 노력 밖의 생활 축구까지 맡아서 공부를 해야 할 것이 많다"라고 걱정했다. 이어 "미지의 길이지민 축구가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아직 체계가 덜 잡혔는데 앞으로 훨씬 더 잘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생활 축구를 편입시킨 뒤 가장 먼저 회원 명부를 정리하라고 지시했다는 정 회장은 "각 축구팀에 회원이 누구인지 연락처는 있는지 점검하라고 했다. 막상 현장에 와서 보니 회원의 충성도와 열정이 대단하더라. 틀만 잘 맞춘다면 상당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엘리트 축구와 생활 축구로 반목했던 것도 저절로 해소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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