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제프 블래터(79, 스위스)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5선에 성공한 지 나흘 만에 전격 사의를 표명하면서 차기 회장 구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블래터 FIFA 회장은 3일(이하 한국시간) "세계 축구계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새 회장이 선출되기 전까지만 회장직을 유지하겠다"라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난달 30일 선거에서 알리 빈 알 후세인(40, 요르단) 왕자를 이기고 5선을 확정한 뒤 갑작스럽게 물러나겠다고 해 충격적이다. 측근들의 비리와 관련한 조사가 압박감을 가져왔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당장 차기 FIFA 회장 후보를 놓고 저울질이 이어졌다. 미국의 스포츠 전문채널 ESPN은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의 발언에 무게를 실었다. 플라티니 회장은 블래터 회장의 사퇴 직후 "어렵고도 현명하고 용기 있는 결정을 했다"라며 일단 블래터의 사퇴 결정에 박수를 보냈다.
플라티니는 UEFA의 FIFA 탈퇴를 시사하는 등 블래터 회장을 강하게 압박했다. 동시에 지난 1998년 당시 FIFA 사무총장이었던 블래터가 회장에 오를 때 도왔던 인물이기도 하다. 2011년 4선 당시에도 블래터의 최대 지지 세력이었다.
FIFA의 한 축인 UEFA를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플라티니는 강력한 차기 대권 후보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도 출마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블래터의 강력한 후원 세력인 아시아축구연맹(AFC)과 아프리카축구연맹(CAF)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한 발 뒤로 물러섰다.
그렉 다이크 잉글랜드 축구협회 회장은 "FIFA는 플라티니 회장을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라며 플라티니 회장 체제에 힘을 실어줬다.
부담은 있다. 이번 선거에더 블래터의 대항마였던 후세인 왕자가 재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후세인 왕자는 낙선 직후 FIFA 부회장에서 사퇴하겠다고 했지만, 상황이 급변하자 "블래터 회장은 올바른 행동을 했다. 이제 모두는 미래를 봐야 한다. 내가 변화를 무서워하는 모든 이들을 대신할 수 있다"라며 회장 선거 재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만약 후세인 왕자가 나서게 될 경우 플라티니 회장에게는 부담이다. 플라티니 회장은 이번 선거에서 후세인 왕자의 지지를 선언했다. 우호 세력이 일순간 적으로 돌변한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입후보를 선언했다가 철회한 미카엘 판 프라흐 네덜란드 축구협회 회장이나 루이스 피구 전 포르투갈 국가대표 역시 출마 가능성이 점쳐진다. 피구는 "오늘은 FIFA에 경사스러운 날"이라며 블래터 사임을 대놓고 축하했다.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 미국 사법당국의 전방위 압박을 받는 블래터 회장이 다음 회장을 뽑는 선거까지는 회장직을 이어가게 된다. FIFA 규정에 따라 선거는 빠르면 올 12월, 늦어도 내년 3월에는 열린다. 그 사이 블래터 자신이 직접 후계 구도를 짤 수 있다.
블래터 지지 세력 중에서는 셰이크 살만 빈 에브라힘 알 칼리파 AFC 회장이나 셰이크 아흐마드 알 파하스 알 사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의장이 유력 후보다. 특히 알 사바는 2년 임기 FIFA 집행위원에 당선됐다. 4년이 아닌 2년 임기의 집행위원에 나선 것은 블래터 체제가 조기 붕괴할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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