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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 주장 재신임, 그 이면의 수평적 권력 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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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선수들 개개인 힘의 균형 절묘하게 이용해 팀 지휘

[이성필기자] 우즈베키스탄, 뉴질랜드와의 A매치 2연전을 앞둔 슈틸리케호 4기의 평균 연령은 25.04세다. 평균 연령 25.9세의 역대 최연소 대표팀으로 2014 브라질월드컵에 나섰던 홍명보호와 비슷하다.

홍명보호의 고민거리 중 하나는 그라운드의 리더 부재였다. 당시 뛰었던 선수들 역시 이런 점을 잘 알고 있었고, 대표선수 23인 공동의 리더십으로 버텨보려고 했다. 그러나 쉬운 일은 아니었다. 월드컵 첫 경험자가 18명이나 됐으니 압박감이 상당한 경기에서 자신감을 갖고 뛰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브라질월드컵 실패의 아쉬움은 되려 현 대표팀에 큰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큰 경기 경험이 쌓이면서 리더도 자연스럽게 생겨나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61) 감독은 이번 2연전 주장으로 1월 아시안컵에서 완장을 맡겼던 기성용(26, 스완지시티)을 다시 선임했다. 기존 대표팀의 경우 경기마다 주장이 교체되는 등 일관성 유지가 힘들었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안정 속 점진적 변화'라는 기조를 이어가기로 하면서 기성용을 주장으로 재신임했다.

기성용은 주장의 조건을 고루 갖췄다. 2010 남아공, 2014 브라질월드컵과 2011 카타르, 2015 호주 아시안컵 등 메이저 대회를 모두 경험했다. A매치 72회 출전에 그라운드의 사령관이 되기에 적격인 중앙 미드필더를 소화하고 있다. 매끄러운 영어 구사로 국제심판들과의 소통에도 문제가 없다. 결혼 후 가장이 되면서 성숙함을 보여주고 있는 것도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기성용의 주장 임명은 단지 아시안컵을 위한 것이 아니다. 한 번 결정된 사항을 매 대회 바꿔야 할 필요는 없다. 부상이나 다른 이유가 생기지 않는 이상 그렇다"라며 재신임의 이유를 전했다.

아시안컵 당시 기성용의 주장 임명에는 브라질월드컵 주장이었던 구자철(26, 마인츠05)의 부담을 덜어주는 측면도 있었다는 것이 슈틸리케 감독의 설명이다. 구자철은 아시안컵 대표팀으로 뛸 당시 소속팀에서 입지가 애매했다. 기복없이 뛰는 기성용이 구자철의 짐을 나눠 들면서 경험을 공유하라는 의도가 숨어 있던 것이다.

오히려 주장에 대해서는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슈틸리케 감독의 바람이다. 그는 "주장 완장을 차는 것은 큰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팀에 주장이 있더라도 실질적인 주장이 없는 경우도 있다"라고 전제한 뒤 "우리팀의 경우 기성용, 구자철, 곽태휘 등이 실질적으로 정신적인 지주로 리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들이 감독의 오른팔이 되어 내 축구 철학이나 결정 사항을 수행해 나가는 것이다. 우리팀에는 리더가 많다"라며 특정 선수에게 과중한 부담이 주어지지 않고 역할 분산이 충분히 이뤄지고 있음을 전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말대로 전 주장 구자철, 현 주장 기성용, 나이상 최선참인 곽태휘(34, 알 힐랄)는 절묘하게 협력하며 팀을 이끌고 있다. 세 명 모두 브라질 월드컵의 실패를 공유하고 있다. 구자철은 옆에서 기성용을 말없이 보좌하며 위기마다 조언자 역할을 해내고 있다. 곽태휘는 맏형으로 통솔력을 발휘하고 있다.

가장 단적인 예를 아시안컵 당시 프리킥을 시도하는 장면에서 볼 수 있었다. 프리키커로 자주 나서는 기성용이 큰 경기 경험이 있는 막내 키커 손흥민(23, 레버쿠젠), 수비벽과의 거리와 각도를 확인하는 곽태휘와 함께 모여 의논하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 이는 선참부터 막내까지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면서 팀을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한 장면이었다.

손흥민(40회), 곽태휘(41회)의 A매치 출전 경험은 큰 차이가 없다. 구자철(45회)도 마찬가지다. 슈틸리케 감독은 종종 독일어가 가능한 손흥민에게도 자유롭게 생각을 묻는다. 모든 선수들의 의견을 두루 취합해 경기력을 완성해 나가니 주장의 자격에 대해 굳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절묘한 권력의 분산이 오히려 팀을 하나로 뭉치는 힘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이는 기성용이 부담을 덜고 주장직을 수행하는 하나의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조이뉴스24 대전=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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