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섬세함만 더 갖추면…"
강등권 탈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김봉길 감독의 눈은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지만 옛 제자의 성공 이야기를 꺼내자 얼굴이 환해졌다.
김 감독은 15일 새벽에 끝난 한국-요르단의 A매치 중계를 끝까지 시청했다. 이날 상주 상무와의 K리그 클래식 36라운드가 예정되어 있었지만 이 경기를 꼭 봐야 할 이유가 있었다. 인천 유나이티드를 거쳤던 한교원(전북 현대)이 한국대표팀 선발로 나왔기에 김 감독은 집중하며 지켜봤다.
놀랍게도 한교원은 전반 34분 차두리의 칼날 가로지르기를 받아 헤딩슛으로 골를 넣었다. 비단 골 뿐만이 아니라 스피드를 앞세운 돌파 등 자신의 장기를 마음껏 발휘하며 후반 19분까지 뛰었다. 한교원의 A매치 첫 골이 된 이 골은 결승골이 됐고, 한국은 요르단 원정 경기에서 1-0 승리를 거뒀다.
한교원은 2011년 인천 유나이티드에 입단했다. 그의 스피드를 눈여겨봤던 허정무 당시 인천 감독이 조선이공대에서 재능을 보였지만 갈 곳이 없었던 한교원을 선발했다.
인천 입단 첫 해 29경기에서 3골 2도움에 그쳤던 한교원은 2012년 본격적인 풀타임 K리거가 된다. 28경기 출전해 6골 2도움으로 한결 나아진 경기력을 보여줬다. 허정무 감독이 중도 사퇴한 뒤 김봉길 대행체제에서 그는 더욱 빛났고 김 감독이 대행 꼬리표를 떼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지난해에는 더 많은 36경기 출전 기회를 얻어 6골 2도움을 기록했다. 한교원이 측면에서 활발하게 뛰며 상대를 흔든 덕분에 인천은 시민구단으로는 유일하게 상위 스플릿에 진출할 수 있었다. 김 감독은 한교원의 스피드를 철저하게 이용해 측면 공격으로 많은 재미를 봤다. 한교원 효과는 문상윤, 이천수, 남준재 등 경쟁자들을 자극하는 효과로도 이어졌다.
한교원이 인천에서 두각을 나타내자 전북 현대의 콜을 받았다. 세 시즌 동안의 성장이 낳은 결과였다. 김봉길 감독은 구단 사정을 이해하고 전북으로 떠나는 한교원을 축복했다.
김 감독은 "한교원이 다른 팀에 가서 잘 성장하니 보기가 좋다"라며 칭찬했다. 한교원은 올 시즌 전북에서 31경기 출전해 10골 3도움을 기록하며 K리그를 대표하는 윙어가 됐다.
전북에서는 무엇이 좋아졌을까. 김 감독은 "결정력이 많이 좋아졌다. 리그에서 득점을 하니 스피드나 적극성이 좋아졌다. 득점 찬스에서 골도 잘 넣더라"라고 분석했다.
A대표팀에서 살아남으려면 무엇이 더 좋아져야 될까, 한교원이 뛰는 측면에는 이청용(볼턴 원더러스), 이근호(엘 자이시) 등 특급 윙어들이 즐비하다. 김 감독은 "지금보다 더 발전할 수 있다. 스피드가 뛰어나니 조금만 더 세밀함을 갖추면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라며 한교원의 지속적인 대표 선발을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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