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6·4 지방선거가 끝난 지 한 달 하고도 보름여가 지났다. 프로축구는 월드컵 휴식기를 보냈던 터라 별 일 없이 지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방선거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시도민구단들은 이번에도 후폭풍을 걱정하고 있다.
현재 K리그는 경남FC, 성남FC, 인천 유나이티드(이상 클래식), 대전 시티즌, FC안양, 대구FC, 광주FC, 강원FC, 부천FC 1995(이상 챌린지) 등 9개 구단이 시도민구단으로 불린다. 이들 구단의 사장(또는 단장) 임명권자는 시장, 도지사 등 구단주 역할을 맡고 있는 자치단체장들이다.
때문에 구단주가 선거에서 낙선할 경우 구단 사장의 운명도 바람 앞의 등불과 같았다. 대표적으로 대전 시티즌이 그랬다. 당사자들은 아니라고 부인하지만 매번 단체장의 선거 캠프에서 어느 정도 역할을 했던 인물들이 사장 자리에 올랐고, 스포츠나 프로축구단에 대한 몰이해로 문제를 일으켰다.
지난 20일 전북 현대에서 은퇴식을 가진 최은성에게서 한 예를 찾아볼 수 있다. 대전의 창단 멤버로 2012년 초까지 팀을 옮기지 않았던 대전의 레전드였던 최은성이지만 재계약 과정에서 금전적인 문제가 부각되면서 한순간에 길거리로 내몰렸다. 프랜차이즈 스타의 가치를 모르는 구단 수장이 자리하며 생긴 일이었다. 최은성 파문으로 당시 사장은 사퇴의 길을 걸었다.
최은성 사태를 계기로 낙하산 사장의 폐해가 드러났지만 이후에도 마땅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구단 사정이 악화되고 시 조례로 구단 운영 자금 일부를 지원 받으면서 대전 외에도 다른 구단 상당수가 '시청(도청) 구단화'가 되고 있다. 모든 일처리 과정이 공무원과 유사한 형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인천시장 선거에서 송영길 시장이 낙선하고 유정복 시장이 당선되면서 구단 사장이 교체됐다. 구단으로 파견됐던 조동암 전 사장이 안전행정국장으로 이동하고 김광석 전 경제수도추진본부장이 인천 유나이티드 사장에 임명됐다. 지난 19일 2-3으로 패한 수원 삼성과의 원정 경기가 김 사장 체제로 맞은 첫 경기였다.
인천 구단은 선거 기간 내내 양 선거 캠프의 이슈였다. 경영정상화가 최대 화두였다. 도전자 입장이었던 유 시장은 전문경영인 영입을 내걸었다. 경남FC나 성남FC가 스포츠전문 경영인을 내세운 것을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인천시 항만공항물류과장, 자치행정과장, 항만공항해양국장, 경제수도추진본부장을 역임한 김 사장에게 구단을 맡겼다. 전문경영인이라는 공약이 무색해졌다. 이미 조 전 사장이 구단 흑자 전환에 실패하고 선수단 임금이 밀리는 등 고위공무원 사장의 실패를 확인시켜준 바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전문경영인 영입에 대한 의지는 확실하고 후보군도 있다. 하지만, 다른 사안이 많아 미뤄두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전했다. 인천 구단이 강등권인 꼴찌에 머물러 있는 아주 급한 상황이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시간이 걸리는 문제다"라고만 답했다.
일부 시도민 구단들은 사장, 단장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FC안양의 경우 최대호 시장에서 이필운 시장으로 교체된 뒤 오근영 단장을 교체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창단한 지 이제 갓 2년째 접어드는 구단의 방만 경영이 표면적인 이유였다. 하지만, 전 시장을 모셨던 단장이었다는 이유가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이 시장의 선거를 도운 특정 인사가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그나마 재선에 성공한 홍준표 경남 도지사, 김만수 부천 시장, 이재명 성남 시장 등으로 인해 해당 구단은 잠시 걱정을 덜 수 있게 됐다. 전임 염홍철 대전 시장이 임명한 김세환 대전 사장은 권선택 새 시장 체제에서도 연임되는 등 나름 긍정적인 상황도 연출되고 있다. 그러나 선거철만 되면 언제 또 상황이 바뀔 지 알 수 없는 시도민구단의 운명이 계속된다는 것은 K리그 전체의 균형과 발전을 위해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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