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점수가 적게 나지는 않겠지요. 우리야 적게 주고 많이 얻었으면 하지만 어느 정도는 타격전으로 가지 않을까 합니다."
26일 잠실구장. 라이벌 LG와 주말 3연전 첫 판을 앞두고 김진욱 두산 감독은 낮으막한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양팀 선발이 기복이 있는 신정락(LG)과 아직 검증이 안 된 안규영(두산)이란 점, 두 팀 타선이 올 시즌 9개 구단 가운데 선두권을 다툰다는 점에서 투수전으로 전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의 예측은 적중했다. 이날 잠실경기는 '타격전이란 이런 것'이라고 보여준 한 편의 드라마였다. 도망가면 쫓아가고, 역전하면 다시 뒤엎는 양상으로 시종 진행됐다. 선수들은 온 힘을 다해 승리에 대한 집착을 드러냈고, 팬들은 이런 선수들의 플레이에 눈을 떼지 못했다. 금요일 여름밤의 잠실대첩은 '백구의 향연'이란 표현이 부끄럽지 않은 명승부였다.
김 감독은 LG의 강점을 무서운 상승세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선수들이 한 번 상승 페이스를 타게 되면 웬만해선 막기 어렵다. 요즘 LG가 바로 그런 팀"이라며 "결코 만만히 보면 안 된다"고 했다. 선두로 올라서려는 LG나 4위 이상을 바라보는 두산이나 만만히 볼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경기는 초반부터 불을 뿜었다. 초반 분위기는 LG가 주도했다. 1회초 박용택의 선두타자 홈런, 이병규(7번)의 적시타로 2점, 2회에도 이진영의 2타점 우전안타로 2점을 추가했다. LG의 상승세와 탄탄한 불펜을 감안할 때 승기를 잡은 듯했다.
그러나 올 시즌 '타격의 팀'으로 거듭난 두산은 무서웠다. 0-5로 뒤진 3회말 한꺼번에 6득점하며 단숨에 경기를 뒤집었다. 모두 10명의 타자가 나서 6안타와 사사구 2개로 역전에 성공했다. 오재원의 적시타와 홍성흔, 이원석의 연속 밀어내기에 박세혁, 김재호의 연속 적시 2루타로 LG 마운드를 두들긴 결과였다.
LG가 4회초 이병규(9번)의 중전안타와 김용의의 적시타, 손주인의 2타점 3루타로 4점을 더 얹자 두산은 4회말 기다렸다는 듯이 3점을 내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1사2루에서 김현수가 우전 적시타로 1점, 2사 1,2루에선 손시헌의 내야 땅볼을 LG 유격수 오지환이 실책하면서 1점, 2사 1,3루에선 최준석이 좌전안타로 1타점을 올린 것. 전광판의 스코어는 9-9가 됐다.
양팀은 5회를 무득점으로 잠시 쉬어갔으나 기세가 오른 두산은 6회 기어이 경기를 다시 뒤집는 데 성공했다. 선두 홍성흔의 우측 2루타와 이원석의 우전안타로 만든 무사 1,3루에서 양의지가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홍성흔을 불러들였다. 이어진 1사 2,3루에선 김재호의 2루수 옆 내야안타로 양의지가 홈을 밟았고, 이종욱의 희생플라이, 정수빈의 좌전적시타가 줄줄이 나왔다. 두산의 13-9 재역전.
경기 후반 재차 승기를 잡은 두산은 7회말 이원석의 좌월 쐐기 투런홈런까지 나오면서 승리를 낙관할 수 있었다. LG는 8회 박용택의 투런포 등으로 3점을 추가했지만 더 이상 따라붙기에는 힘이 달렸다. 7회초부터 마무리 홍상삼, 오현택, 정재훈을 잇따라 투입한 두산은 LG의 거센 추격을 힘겹게 뿌리치고 15-12 승리를 품에 안았다.
이날 두팀은 모두 15명의 투수를 투입하는 총력전을 펼쳤다. LG 1번타자 박용택은 1회에 이어 8회 투런홈런을 날리며 이날만 6타수 4안타 3타점으로 맹활약했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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