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덕 슬래튼이 생각지도 않게 가는 바람에…" 이만수 SK 감독이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굴러 들어온 복덩이' 조조 레이예스 때문이다.
SK는 지난 겨울 외국인 투수 교체로 홍역을 앓았다. 크리스 세든에 이어 영입한 덕 슬래튼이 갑자기 선수 은퇴를 선언해 급히 다른 투수를 물색해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위기는 오히려 기회가 됐다. 국내 타 구단에서도 탐을 냈던 레이예스를 절묘한 타이밍에 영입하게 된 것이다.
세든과 레이예스는 시즌 개막하자마자 SK 마운드의 중심이 됐다. 최근 넥센과의 2연전에서는 나란히 최고의 피칭으로 승리를 거두면서 팀의 4연승을 이끌었다.
9일 등판한 세든은 8이닝 무실점을 기록하고 시즌 첫 승을 올렸다. 첫 등판이던 지난달 31일 LG전에서 5이닝 2실점으로 패전을 안은 뒤 두 번째 등판서 확 달라진 모습으로 나타났다. 이만수 감독은 "릴리스포인트가 좋았다. 주자와 관계없이 일정했다. 제구도 좋았다"고 평가했다. SK의 외국인 선발투수가 8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것은 게리 글로버가 2009년 8월 14일 대전 한화전에서 기록한 이후 처음이었다.
레이예스는 아예 시즌 첫 완봉승의 주인공이 됐다. 레이예스는 10일 넥센전에서 홀로 9이닝을 책임지며 넥센 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이렇다 할 위기도 없이 안타 2개와 볼넷 2개만을 내주고 완벽한 피칭을 했다. 2003년 5월 9일 문학 KIA전에서 트래비스 스미스가 기록한 이후 3천624일 만에 나온 SK 외국인 투수의 완봉승이다.
SK는 9, 10일 두 경기를 세든과 레이예스, 그리고 송은범(1이닝)만 투입해 승리를 거뒀다. 선발이 경기를 거의 다 책임지면서 불펜도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됐다.
SK 역대 최고의 외국인 투수 듀오 탄생도 기대해볼 만하다. SK는 구단 첫 우승을 차지했던 2007년 29승을 합작한 레이번(17승)과 로마노(12승) 이후 외국인 투수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시즌 도중 교체까지 감행했지만 로페즈(3승)와 마리오(6승), 부시(4승)가 총 13승을 거두는 데 그쳐 시즌 내내 고전했던 기억이 있다.
이 감독은 "외국인 투수들의 활약을 보며 다른 선수들도 느끼는 바가 클 것이다. 이전에는 5회까지만 던지면 불펜을 생각했겠지만, 이제 바뀌었을 것이다. 선발이 잘해주지 않으면 어렵다"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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