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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새 축구협회장이 할 일①합리적 의사 결정 구조를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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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전체를 이끌어나갈 대한축구협회 제52대 회장 선거전의 막이 올랐다. 이번 선거는 역대 최다인 5명의 후보자가 나설 예정이다. 김석한(59) 전 중등연맹 회장, 안종복(57) 남북체육교류협회장, 윤상현(51) 새누리당 의원, 정몽규(51) 현대산업개발 회장, 허승표(66) 피플웍스 회장 등이 출사표를 던졌다. 후보자 모두 자신이 향후 4년 간 한국 축구를 책임질 적임자임을 호소하고 있다. 조이뉴스24는 새 축구협회 회장의 자격과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해야 할 일을 집중 탐구해 본다.

[이성필기자] 축구팬들을 상대로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이미지를 물어보면 '불통' 또는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꼽는 경우가 많다. 상식 밖의 선택과 행정에 비판이 쏟아짐에도 불구하고 요지부동인 축구협회의 실상에 대한 아쉬운 이미지가 각인된 것이다.

그간 축구협회가 비판을 받았던 각종 의사(정책) 결정을 열거하려면 손가락 10개를 모두 펴도 모자랄 것이다. 2011년 12월 조광래 대표팀 감독의 중도 경질이 대표적인 사례다. 조 감독 경질 여부를 따지는 기술위원회라는 의사 결정 기구가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대부분의 기술위원들은 조 감독의 경질 소식을 뉴스를 통해서나 기자들의 전화를 받고서야 알 정도였다.

당시 기자의 전화를 받았던 한 기술위원은 "이런 식으로 결정할 것이면 기술위원회를 왜 만들고 기술위원들을 무슨 생각으로 선임했느냐. 거수기 노릇을 하는 것이라면 지금이라도 기술위원을 하지 않겠다"라며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물론 해당 기술위원은 발언의 진의가 왜곡될 수 있다며 한사코 익명을 원했다. 전직 기술위원들에게 축구협회의 선택에 대한 의견을 묻기 위해 전화를 걸어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익명을 원하는 이면에는 괜스레 언론을 상대로 말 한 번 잘못 했다가 누군가에게 또는 어느 집단으로부터 찍혀서 축구계에서 운신하기가 어렵게 될 수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 씁쓸함은 컸다.

2012 런던 올림픽 일본과의 동메달결정전 직후 박종우의 '독도 세리머니'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대한축구협회가 일본축구협회에 보낸 서신도 각 부서장 간의 논의 없이 윗선에서 단독으로 추진해 국제적인 망신을 샀다. 소통 없는 축구협회의 실태를 그대로 노출시키며 한국 축구의 치부를 드러냈다. 이 때문에 새 회장 후보자 모두가 주요 공약으로 '소통'을 강조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축구협회 직원들과 대화를 해보면 답답한 조직 개혁에 대한 갈급함이 강하게 묻어나온다. 축구협회 직원들의 구성을 보면 해외에서 스포츠 마케팅 공부를 하고 오거나 축구에 대한 열정으로 뭉친 유능한 인재들이 많다. 스포츠 분야가 아닌 일반 기업에서도 충분히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자원들이다. 합리적인 사고로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구성원들이 포진해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혁신적인 의견을 제시하고 싶어도 입 밖으로 내뱉으려면 많은 생각을 해야 한다.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적당하게 가려고 하는 윗분(?)들의 생각을 거스를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의견을 낸다고 해도 의결기구인 이사회에서 제대로 논의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 일반직원들의 좌절을 잉태한다.

각급 대표팀은 공부하는 지도자들이 계속 등장하면서 점점 상하 수직구조보다는 수평구조의 의사소통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그 결과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축구협회 내부는 눈치 보기가 만연하다. 그러다보니 정책 수립과 제도 개선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은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팬들이나 언론에서 축구협회 행정을 후진적이라고 지적해도 '한국적인 현실에 맞는 옷'이라는 비유로 두루뭉술 넘기곤 한다. 21세기에 물든 직원들이 20세기 환경에서 19세기 생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한 인터넷 댓글에 '어? 맞는 이야기네'라고 자연스럽게 동의하는 불행한 현실이다.

협회의 한 중간급 직원은 "칼퇴근에 젖어 있다. 공무원들의 단점을 지적하는 복지부동과 다를 게 뭐냐. 야근이 신날 정도로 즐겁게 일하는 조직으로 변했으면 좋겠다. 이대로는 안 된다. 국내 최대의 체육단체라는 책임감도 가져야 한다"라며 변화의 열망을 표현했다.

회장을 견제하는 조직들도 합리적 소통의 물결로 넘쳐야 한다. 이사회를 구성하는 20명의 이사진은 다양한 면모를 갖췄지만 현장에서 뛰는 축구협회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이해하고 바로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빠른 결정을 내려줄 사람은 많지 않다. 비상근이 대다수이니 축구협회 분위기를 모른다. 축구계에서 자격이 미달된다는 이야기를 듣는 인물이 이사진에 포함되는 경우도 있다. 이사회 개편에 대한 지적이 몇 차례 있었지만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회장을 보좌하는 부회장단도 신선하게 변해야 한다. 현 조중연 회장과 한 배를 탄 부회장단은 현역 시절 한국 축구의 중심이었던 인물들이지만 행정 능력에는 물음표가 붙은 지 오래라는 지적이 수없이 쏟아졌다. 무엇보다 비슷한 계파다보니 회장의 정책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하거나 충언을 할 수 없다. 회장의 독단적인 선택을 막지 못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축구계 생리를 잘 알면서 행정 경험도 충분한 이들이 회장을 감시하고 때로 싸우며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그나마 이번 회장 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이 이런 문제를 공감하고 개선의 의지를 내비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정몽규 회장은 프로축구연맹에서 도입해 효과를 본 사외이사제를 강력하게 실행하겠다고 예고했고, 윤상현 의원은 정치인이라는 특성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외과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라며 확실하게 뜯어고치겠다고 선언했다. 후보자들의 공감처럼 체육 단체의 특성을 유지하면서 사기업이나 다른 분야의 제도 연구를 통한 유연한 소통의 틀을 과감하게 도입해야 한다. 축구협회 조직의 발전은 곧 한국 축구의 발전이자 국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쓴소리를 마다않는 김호 전 대전 시티즌 감독은 "축구협회에 올바른 지적을 하면 야당이냐며 무시하는 것이나 왜 딴지를 거느냐며 싫어하는 불통 구조는 문제가 있다. 진정한 소통은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그래야 국민들의 비판에서도 당당해질 수 있다. 축구협회는 달라져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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