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2012 런던 올림픽 4강전에서 브라질에 0-3으로 완패한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 이 경기가 끝나자 많은 이슈들이 떠올랐다.
역시나 가장 큰 이슈는 4강 상대가 일본이라는 점이었다. 남자축구가 '숙적' 일본을 세계무대 4강에서 만나는 것은 최초다. 그 어떤 팀을 만나는 것보다 큰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동메달이라는 보물도 걸려 있는 대결이다. 한국 대표팀이나 국민들이나 벌써부터 절대 패배해서는 안 된다며 오직 승리만을 외치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슈가 있었다. 바로 홍명보호 중앙 수비수 김기희(대구FC)다. 김기희는 부상으로 낙마한 중앙 수비수 장현수를 대신해 대표팀에 합류했다. 김영권-황석호가 든든히 버티는 중앙 수비수 라인에 김기희가 들어갈 공간은 없었다. 김기희는 런던 올림픽 본선에 단 한 번도 출전하지 못한 리저브 멤버였다.
그런데 왜 김기희가 이슈가 됐을까. 바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병역법은 올림픽 메달리스트에게 병역면제 혜택을 준다. 축구선수들도 같은 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다른 점이 하나 있다. 경기에 단 1초라도 나서야 한다는 조건이다. 경기에 한 번도 뛰지 못한다면 팀이 동메달을 딴다고 해도 병역면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김기희는 홍명보호 18명 중 유일하게 아직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한 선수다. 브라질과의 4강전에서 그동안 한 번도 출전하지 못했던 정우영이 그라운드를 밟았다. 따라서 대표팀 중 김기희만 유일하게 출전하지 못했다. 홍명보호가 일본을 꺾고 동메달을 딴다고 할 때 그 경기에 김기희가 뛰지 않는다면 그만 병역면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함께 고생했는데 김기희만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것에 아쉬움을 표한 팬들이 많았다. 그래서 한일전에 김기희를 1분이라도 투입시키라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물론 그렇게 된다면 좋은 일이겠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김기희를 무조건 출전시킬 수는 없다. 경기 흐름, 상황, 분위기 등을 고려해야 한다. 어떤 변수가 튀어나올지 모를 상황이다. 김기희만을 위해 전체가 희생할 수는 없다. 또 전체를 위해 김기희만을 내버려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김기희 딜레마'다.
과연 한일전에서 김기희가 출전할 수 있을까, 출전하지 못할까. 경우의 수를 따져봐야 한다. '7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첫 번째.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김기희가 선발로 출전하는 것이다. 김영권-황석호 라인이 그동안 안정적인 수비력을 선보이기는 했지만 지난 브라질전에서 3실점을 했다. 홍 감독이 수비 라인에 변화를 줄 수도 있다. 김기희를 선발로 내세워 일본을 상대할 수 있다.
두 번째 경우가 최상의 시나리오다. 홍명보호가 이른 시각부터 앞서나가며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승리를 확정짓는 것이다. 그리고 남은 시간 여유롭게 김기희를 출전시키는 것이다. 일본전 대승과 동메달, 그리고 김기희 출전까지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최상의 상황이다.
세 번째 경우는 무리를 해서라도 김기희를 출전시키는 것이다. 경기는 팽팽하게 진행되고 있고 승부가 어떻게 갈릴지 모르는 급박한 상황에서 막판 김기희를 교체 출전시키는 것이다. 김기희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이기에 승리에 한 몫 해낼 수 있다. 아니면 경기 초반 일찍 투입했다 일찍 뺄 수도 있다. 이 경우 이기기만 한다면 역시 동메달과 김기희 병역혜택을 동시에 가져올 수 있다.
네 번째 경우는 패배가 확정적일 때 김기희를 출전시키는 것이다. 동메달 획득 실패가 사실상 확정이 됐을 때 단 1분도 뛰지 못한 김기희를 위한 배려를 할 수 있다. 김기희는 올림픽 무대에 뛰어봤다는 좋은 경험을 얻지만 병역혜택과는 무관하다.
나머지 3가지는 김기희가 출전하지 못할 경우다.
한국이 큰 점수차로 이기고 있고 동메달이 확정적이지만 김기희는 출전하지 못할 수 있다. 축구는 변수가 많은 경기다. 부상 선수가 나올 수도 있고 중앙 수비수가 아닌 다른 포지션의 교체가 시급할 수도 있다. 즉 긴박한 경기 상황상 교체 카드를 다 써버려 김기희가 나설 수 없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이 다섯 번째 경우다.
여섯 번째 경우는 경기가 너무나 팽팽해 김기희가 들어갈 틈이 없는 상황이다. 경기 종료 직전까지 승부가 나지 않을 경우, 그동안 출전 경험이 없는 김기희를 선뜻 내세울 수는 없는 일이다. 한국의 승리, 팀의 동메달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기는 극적인 한국의 승리로 끝난다.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 모두 김기희만 병역면제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일곱 번째다. 팽팽한 승부가 이어져 김기희를 출전시키지 못했는데 승리도 챙기지 못했을 경우다. 승리도, 동메달도, 김기희 출전도, 아무 것도 얻지 못하는 그야말로 최악의 허무한 상황이다.
홍명보 감독은 어떤 선택을 하고 한국 축구와 김기희는 어떤 결과를 얻을까. 모든 국민들이 두 번째 경우가 일어나기를 바라고 있다. 대승과 동메달, 그리고 김기희를 포함한 18명 모든 태극전사들이 당당히 병역면제 혜택을 누리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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