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가 가른 경기…삼성 웃고, LG 울다

[김형태기자] 이틀 연속 운집한 만원 관중. 상대는 전자업계 라이벌. 상위권 수성과 하위권 탈출을 향한 의지의 충돌. 13일 잠실 경기 LG-삼성전은 여러모로 흥미를 끌었다. 경기 내용도 팽팽했다. 후반까지 승부를 알 수 없는 접전이 이어졌다.

승부는 집중력의 차이에서 갈렸다. 결정적인 순간 LG는 실책을 연발했고, 삼성은 호수비로 상대의 기를 꺾었다. LG가 2-0으로 앞선 7회초 1사 1루. 배영섭은 유격수 앞 땅볼을 쳤다.

그러나 LG 유격수 오지환은 다급한 마음에 공을 제대로 포구하지 못했다. 글러브를 맞고 튕긴 공은 중견수 쪽으로 굴절됐다. 정상적인 플레이라면 병살타로 이닝이 끝났어야 할 상황. 그러나 어이없는 실책으로 삼성의 공격은 1사 1, 2루로 계속 이어졌고 곧바로 대타 진갑용의 2타점 2루타(야수 선택으로 3루까지 진루)가 터져나와 경기는 원점이 됐다.

2-2 동점 상황에서도 LG에겐 뼈아픈 실책이 나왔다. 1사 3루서 이승엽이 친 1루 땅볼을 잡은 LG 1루수 최동수는 1루 베이스를 밟지 못한 채 홈으로 공을 뿌렸다. 타자 주자와 홈으로 쇄도하는 3루주자를 모두 잡겠다는 다급한 마음에 1루 베이스를 제대로 밟지 않은 상황에서 송구에만 신경쓰다 나온 실책이었다. 결국 홈 쇄도한 3루주자가 득점에 성공하며 LG로선 꿩도 매도 다 놓친 순간이었다.

삼성은 정 반대로 결정적인 호수비로 승기를 이어갔다. 3-2로 뒤집은 7회말 1사1루. LG 대타 김일경은 중견수 앞 안타성 타구를 날렸다. 그러나 전력으로 뛰어나온 삼성 중견수 배영섭은 몸을 앞으로 쓰러뜨리는 다이빙으로 공을 낚아챘다. 타구가 잔디에 떨어지기 직전 걷어낸 호수비였다.

지체없이 일어선 배영섭은 1루로 공을 뿌렸다. 미리 스타트를 끊어 2루 베이스를 지나쳤던 1루 대주자 양영동까지 잡아냈다. 번뜩이는 수비 하나로 실점 위기를 벗어남과 동시에 더블플레이로 이닝을 마친 장면이다.

9회에도 삼성의 수비는 돋보였다. 3-2로 승부를 알 수 없던 상황. LG는 삼성 마무리 오승환을 상대로 연속안타를 쳐 무사 1,3루 황금 찬스를 잡았다. 여기서 최동수의 강습타구를 삼성 3루수 박석민은 침착하게 걷어냈고, 어정쩡한 위치에 있던 3루주자 정성훈을 횡사시켰다.

무사 1, 3루 절호의 기회가 1사 1,2루로 바뀌었고, 흔들리던 오승환은 안정감을 되찾았다. 한숨을 돌린 오승환은 이후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아내고 승리를 지켜냈다. 긴장감 넘치는 접전에선 작은 플레이 하나가 승부를 가른다는 상식을 재확인한 경기였다. 최종 스코어는 3-2, 삼성의 한 점 차 승리.

경기 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선발 윤성환이 잘 던져줬다. 오랜 만에 올린 권혁도 잘 막았다"며 "대타 진갑용이 성공했고 배영섭의 호수비로 승리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기태 LG 감독은 "선수들 모두 한 주간 수고 많았다. 다음 주에는 좋은 모습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담담히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