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절대 그럴 일 없습니다. 신뢰가 없으면 그 선수들은 못 버팁니다."
김진욱 두산 베어스 감독은 단호했다. 한 번 믿으면 화끈하게 밀어주는 그답게 흔들림이 없었다. 구단 안팎에선 최근 일말의 불안감이 감지됐었다. 야심차게 영입한 프록터의 제구 문제가 잠시 불거졌기 때문이다.
올 시즌 두산의 붙박이 마무리로 낙점된 프록터는 일본 가고시마에서 가진 연습경기 결과가 좋지 않았다. 지난 4일 롯데전에서 1이닝 2안타에 볼넷 2개로 2실점했다. 한국 타자들을 상대로 한 첫 등판인 점을 감안해도 좋지 않은 기록이었다.
그러나 김진욱 감독은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단언했다. "기록만 놓고 보면 그렇게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직접 본 모습은 전혀 달랐다"고 강조했다.
"공이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긴 했지만 일정한 로케이션을 꾸준히 유지했다. 그건 제구력 문제가 아니다. 자신의 공을 시험해본 거다. 더구나 볼넷 상황에선 직구는 없었다. 전부 변화구를 시험하다 존에서 조금씩 빠진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제구력이 좋은 투수와 그렇지 않은 투수는 볼에도 차이가 있다. 컨트롤이 불안한 투수는 사방으로 공이 날아간다. 가상의 점을 찍는다고 가정할 경우 스트라이크존을 형성하는 직사각형 외각 전체가 새까매진다.
그러나 같은 볼이라도 일정한 방향으로 점이 몰리는 건 다른 경우다. 스트라이크를 못 던져서가 아니라, 자신만의 로케이션을 시험해봤다는 의미다. 당시 프록터가 이 경우에 해당한다는 게 김 감독의 설명이다.
김 감독은 "외국에서 온 선수들은 쉽게 예민해진다. '감독이 나를 못믿는 게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하면 정신적으로 불안해지고 결국 시즌을 망치게 된다. 그런 경우를 수없이 봐왔다"며 "프록터는 누가 뭐래도 우리팀 붙박이 마무리다. 이 사실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 감독의 마음을 아는지 프록터는 두번째 등판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 8일 넥센과 연습경기에선 1이닝 동안 3타자를 가볍게 맞혀잡고 등판을 마쳤다.
두 차례 일본 등판에서 그는 150㎞가 넘는 직구와 130㎞를 넘나드는 슬라이더를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구위와 경력 모두 역대 외국인 투수들 가운데 최상급으로 꼽힌다. 14일부터 시작하는 롯데와의 4차례 맞대결(연습경기 2번, 시범경기 2번)을 통해 프록터는 국내 팬들에게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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