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부산 아이파크의 노련한 미드필더 김한윤(38)은 2월말 팀이 출전했던 하와이 4개국 초청대회에 참가하지 않았다. '청소부' 역할을 해주는 김한윤이 없어 부산이 우승할 수 있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선수들은 보란 듯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지난 3년 동안 FA컵, 리그컵 준우승에 그치며 고비마다 무너졌던 부산은 시즌을 앞두고 작은 대회지만 우승 맛을 보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플레잉코치인 김한윤도 기뻐했다. 젊은 후배들이 얻어낸 우승이라 부담도 덜었다. 올 시즌 44경기 중 절반 이상을 담당해야 하는 그의 입장에서는 경험이 부족한 후배들이 일을 저질러줘야 경기를 리드하는데 한결 수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김한윤이 하와이 대회에 빠졌던 데는 안익수 감독의 배려(?)도 컸다. 안 감독은 '호랑이 선생님'으로 불릴 만큼 훈련량이 상당하다. 40대를 향해가는 나이의 김한윤이 젊은 선수들과 똑같이 훈련이나 경기 일정을 소화했다가는 탈이 날 수 있다.
부산 관계자는 "감독님이 김한윤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어서 하와이 훈련은 참가하지 말고 국내에 남아서 개인 훈련에 열중하라고 했다"라고 전했다.
지난해 FC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적한 김한윤은 6강 진입의 숨은 공신이었다. 서울에서 수석코치를 지낸 안익수 감독의 제의로 은퇴를 고민하다 부산으로 이적, 12개의 경고를 받을 정도로 부지런히 뛰며 마당쇠 역할을 했다.
안 감독의 빡빡한 훈련은 정평이 나 있다. 서울 시절 수비진을 전담했던 안 감독이 따로 보강 훈련을 해 선수들을 녹초로 만들었던 일화는 유명하다. 김한윤도 물론 그 무리에 속했다.
그는 "지난해 운동량이 장난이 아니었다. 부산 선수들은 말도 못하고 다 소화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첫 훈련부터 체력 훈련을 엄청나게 했다"라고 웃었다.
안 감독의 독한 훈련은 개막전 상대인 수원에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해 수원은 6강 PO에서 수비로 일관하며 부산을 1-0으로 이겼다. 당시 기억이 생생한 김한윤은 "선수들이 수원을 이기겠다는 의지가 상당하다. 독을 품었다는 말이 딱 맞는 것 같다"라며 개막전 승리를 예고했다.
김한윤의 역할은 최근 국가대표팀 경기에서 상대의 공격을 홀로 차단했던 김상식(36, 전북)과 똑같다. 김한윤은 "중앙 미드필더는 카리스마가 요구되는 자리다. 노장들이 대우를 받는 것 자체가 행복한 일이다. 나 역시 수원을 상대로 좋은 시작을 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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