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포항 스틸러스 황선홍 감독의 현역 시절 등번호는 18번이다. 어느 누구도 황 감독을 상징하는 번호를 달고 뛰기란 쉽지 않다. 자칫 만족스러운 플레이를 펼치지 못할 경우 포항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황 감독의 현역 시절 '번호값'도 제대로 못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 더욱 부담스럽다.
올 시즌 포항의 18번은 신인 공격수 고무열(21)이 달았다. 포항의 유스팀 포철공고 출신으로 숭실대 2년을 마친 뒤 입단했다.
고무열은 동계훈련에서 11골을 넣으며 팀내 득점 1위로 황 감독으로부터 칭찬을 받았다. 185cm, 78kg의 신체조건은 더없이 훌륭했다.
리그가 시작된 뒤 고무열은 선발과 교체를 오가며 14경기에서 두 골을 넣었다. 활약은 미미하지만 황 감독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선덜랜드에 진출한 지동원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며 힘을 불어넣었다.
고무열은 지난 2일 수원 삼성과의 K리그 16라운드에서 선발로 나섰다. 마침 이 경기는 자신의 국가대표 발탁 가능성을 언급한 조광래 감독이 관전해 눈길을 끌었다.
조 감독은 고무열의 멀티플레이어 능력에 집중했다. 중앙은 물론 측면을 가리지 않고 뛸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잠재적으로는 지동원과 경쟁 내지는 대체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수원전에서 고무열이 보여준 플레이는 두 감독을 실망스럽게 했다. 국가대표에 대한 의욕 때문인지 평소보다 드리블도 길었고 동료와 협력 플레이로 나오지 않았다. 팀도 1-2로 패했다.
황 감독은 "고무열을 비롯해 전체적으로 공격진들이 좋지 않았다"라고 우회적으로 아쉬움을 표현했다. 경기 전 "축구에 대한 센스와 움직임이 좋다"라고 했던 황 감독은 여전히 부족한 게 많다며 냉정함을 잊지 않았다.
조 감독도 "(다른 경기에 비해 유독) 볼터치도 길고 본인이 찬스를 만들겠다는 의욕만 강한 것 같다. 상대 수비 방법에 따라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해 보인다"라고 비슷한 의견을 표시했다.
두 감독의 채찍질에 고무열은 어땠을까. 고무열은 수원의 곽희주, 마토, 오범석 등 국가대표급 수비를 넘지 못한 것을 자책이라도 하듯 "아직까지는 더 노력해야 한다. 경기 방법이나 흐름을 타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라며 스승의 조언을 가슴깊이 새겼다.
체력과 기술이 너무나 부족하다는 자기반성도 잊지 않았다. 그는 "체력과 기술이 부족해 더 열심히 해야한다. 대표팀과 관련한 기사를 봤는데 아직까지 경쟁력은 없다"라며 선을 그었다.
이어 "팀 승리가 먼저다. 황 감독님도 팀이 잘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개인적으로 잘하는 것은 다음문제"라며 개인보다 조직을 우선시하는 플레이를 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표현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