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각 팀당 64~70경기를 치르면서 2011 프로야구가 반환점을 돌고 있는 시점이다. 올스타전(7월 23일)을 치르고 나면 본격적인 후반기 레이스로 시즌 명암이 갈린다. 1승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매 경기가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시기다.
팀 전력에 주요 변수가 되는 보유 용병 선수의 기량은 사령탑과 프런트로서는 간과할 수 없는 요소다. 특히 8월 15일 이후로 등록된 용병은 당해년도 포스트시즌 경기에 출장할 수 없어(야구규약 외국인선수 고용규정 제9조) 현 시점에서 대체용병을 알아보고 있는 팀들은 사실상 전력보강의 마지막 승부수를 찾는 셈이다.
큰 돈을 주고 데려온 만큼 속칭 '밥값'을 하고 있는 용병을 보유한 팀은 행복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경우, 구단으로서는 돈낭비요, 사령탑으로서는 엔트리 낭비인 탓에 '애물단지'로 전락하기 일쑤다.
올 시즌 역시 8개구단은 저마다 용병 사정이 다르다. 전반기를 마감하는 시점에서 각 구단의 용병 성적과 팀내 시선을 짚어봤다.
삼성 - '가코야 가코야'잘 나가는 삼성이지만 올해도 용병 문제만큼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부상논란 끝에 SK에서 이적한 카도쿠라가 최근 2경기 연속 무너지면서 불안감을 안기고는 있지만, 13경기 5승 5패 평균자책점 4.00을 기록하며 선발로서 어느 정도 역할을 해내고 있다.
문제는 타자용병 라이언 가코다. 공격야구의 중추가 될 것이란 기대로 류중일 감독과 삼성 프런트가 야심차게 영입한 빅리그 출신 가코는 정작 시즌 개막 후 장타력 실종으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58경기 동안 쏘아올린 홈런은 단 1개. 타율도 2할4푼3리(189타수 46안타)로 씁쓸한 웃음만 안긴다. 결국 2군 강등 후 왼손가락 부상까지 당해 현재 삼성은 대체용병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스프링캠프 당시 류중일 감독이 언급한 '나믿가믿'은 실패한 유행어가 됐다. 가코는 2군에 합류하지 않고 숙소에서 쉬면서 '통보'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
삼성의 대체용병은 투수다. 구단 측은 타자용병의 위험성을 인식하면서 그나마 안정적인 투수용병으로 가코를 대신하기로 가닥을 잡은 상황이다. 모 관계자는 "우리도 무서워져야 하지 않겠느냐"고 투수력 강화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현재 삼성은 가코의 공백에도 화력이 살아나면서 기존 막강한 투수력과 맞물려 선두로 치고나갔다. 미진한 용병의 활약에도 아랑곳없이 선전하고 있는 삼성은 행복 속에 찜찜함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SK - '매그레인을 어쩌누'올 시즌 SK는 게리 글로버와 짐 매그레인 두 용병으로 시즌을 맞았다. 일단 글로버는 3년차 장수용병답게 김성근 감독에게 미소를 안기고 있다. 15경기 등판해 7승 2패 평균자책점 2.93으로 준수하다.
문제는 매그레인이다. 14경기 등판해 2승 5패 평균자책점 5.07을 기록 중인 매그레인을 두고 SK는 평가하기가 애매하다는 입장이다. 만족할 수준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내치기도 난감한 기량과 성적이라는 것이다. SK 측은 유난히 화력 지원을 못받은 점을 감안하면 내부적으로 매그레인이 5승 정도는 거뒀을 것이라고 자위하고 있지만, 선발진 불안으로 다소 흔들리는 상황에서 속앓이를 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그 친구보다 더 나은 선수가 있으면 당장 바꾸지 않겠느냐, 하지만 고만고만할 경우는 (시간과 노력 등을 감안하면) 교체할 필요가 없다"며 "그래도 최악의 성적은 아니지 않느냐"고 매그레인을 평가했다.
최근 SK는 미국 트리플A로 출장팀을 보냈다. 팀내 데이터베이스 확충과 함께 괜찮은 선수를 물색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매그레인보다 딱히 나은 선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SK는 투심과 싱커를 주무기로 난타를 당하지 않는다는 장점을 보고 매그레인을 영입했다. 지난해는 대만시리즈 MVP에 오르기도 했고, 올해 최소 3선발 요원 정도는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렇지만 매그레인은 '그럭저럭' 수준이다.
SK의 고민은 현재진행형이고, 이후 매그레인의 생존 여부는 본인의 능력발휘에 달려있는 상황이다.
KIA - '계속된 용병행복사'올해도 KIA는 행복한 용병 풍년을 예고하고 있다. 로페즈와 트레비스가 모두 수준급 피칭을 보여주면서 탄탄한 선발진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2009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인 로페즈는 지난 시즌 계투진 방화와 화력부진으로 단 4승밖에 거두지 못했지만, 올해는 다시 '2009 모드'로 돌아왔다. 15경기 등판해 8승 3패 평균자책점 3.18. 다승 부문 공동 선두다. 게다가 벌써 102이닝을 소화하면서 이닝이터의 진면목도 과시하고 있다.
트레비스도 로페즈 못지않다. 14경기 등판해 7승 4패 평균자책점 3.24로 수준급이다. 지난 17일 삼성전부터 29일 롯데전까지 최근 선발 3연승 행진을 내달리면서 포효하고 있다.
KIA는 용병 걱정이 없다. 로페즈와 트레비스 듀오와 함께 탄탄한 토종 선발 마운드는 리그 최상급이다. 조범현 감독은 불펜과 화력만 걱정하면 된다. KIA의 용병은 보증수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런트도 대만족이다.
LG - '이 정도면 GOOD!'용병 잔혹사에 시달려왔던 LG가 그나마 올해 숨통을 틔웠다. 레다메스 리즈와 벤자민 주키치는 사하라 사막과 다름없던 LG 선발진에 오아시스 역할을 하고 있다.
160km 광속구로 스프링캠프 때부터 주목을 받은 리즈는 14경기 5승 6패 평균자책점 4.46을 기록하고 있다. 객관적인 성적상으로는 뛰어나다고 할 수 없지만, 꾸준히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 피칭 정도(?)를 이어가고 있다. 완급조절의 중요성을 깨닫고 160km를 찍을 만큼 전력투구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프런트는 만족하고 있다.
모 관계자는 "이 정도로 꾸준히 해주는 용병이 없었다. 이 정도면 잘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 100% 만족은 아니지만, 과거의 악몽에 비춰봤을 때 리즈는 안아주고 싶은 선수다.
주키치는 시간이 흐르면서 리즈보다 한 수 위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15경기 5승 3패 평균자책점 3.19. 승수가 적지만, 이는 불펜진들의 부진과 후반 침묵하는 타선 탓에 나타난 결과다. 등판 때마다 선발투수로서 역할을 다해주고 있어 박종훈 감독도 주키치에 대해서는 '노프라브럼'을 외친다. 리즈와 관련해서는 다소 꾸지람도 하는 박 감독이지만, 주키치는 예외다.
LG는 4위에 올라있다. 5위 두산과는 무려 4.5게임 차나 벌려놨다. 봉중근이 부상 이탈한 올해 리즈와 주키치는 LG의 보물이다.
<(下)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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