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류현진(한화)이 올 시즌 최고의 컨트롤을 선보이며 완투 경기를 벌이고도 또다시 패전을 떠안았다. 특유의 긍정적인 성격이 없었더라면 이같은 상황을 견뎌내기 쉽지 않을 것이다.
류현진은 26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서 8이닝을 2실점으로 막고 호투했지만 타선의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고 0-2로 패했다. 안타 4개와 볼넷 2개를 내준 것이 전부였다. 그에 비해 삼진은 10개나 잡아내며 올 시즌 개인 최다 탈삼진 타이 기록을 세웠다. 3회까지 노히트노런을 이어가면서 류현진의 시즌 두 번째 승리가 눈에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수 차례의 득점 기회를 번번이 놓쳐버린 팀 타선이 문제였다. 한화는 2회부터 5회까지 모두 주자가 득점권에 나갔지만 병살타와 땅볼 아웃 등으로 후속타가 침묵하며 끝내 류현진의 승리를 만들어주지 못했다. 한화 타선은 6안타 6볼넷을 얻어내고도 한 점도 뽑지 못하는 집중력 부족을 드러냈다.
낯선 일은 아니다. 지난 시즌 류현진은 49승 2무 82패의 저조한 성적으로 최하위에 머문 한화에서 16승4패 평균자책점 1.82, 탈삼진 187개를 기록하며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받았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과 마찬가지인 류현진이었다.
올 시즌에도 비슷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시즌 초반 구위 저하로 2패를 당한 뒤 맞은 14일 문학 SK전에서는 야수들의 실책으로 인해 1-5로 패하며 3연패에 빠졌다. 이후 20일 롯데전에서 8이닝 2실점 역투로 드디어 첫 승을 거뒀고, 최상의 구위를 선보이며 이날 넥센전에서 2승째를 노렸지만 타선의 저조한 활약 탓에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제아무리 '괴물'이라고 해도 동료들의 도움 없이 홀로 이끄는 승리는 힘에 부친다.
하지만 류현진은 꿋꿋하다. 그라운드에서도, 덕아웃에서도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 특히 마운드 위에서의 포커페이스는 냉정할 정도로 완벽하다.
26일 4번째 패를 당한 후 덕아웃에 들어선 류현진은 얼굴을 찡그리지 않았다. 아쉬움을 털어놓지도 않았다. 그저 묵묵히 자기 짐을 싸 덕아웃을 떠났다. 구단 관계자는 "(류)현진이는 오히려 아무렇지 않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그래서 더 미안하다"며 안타까워했다.
그 관계자는 "속상해 하다가도 숙소에 가면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동료들과 장난치고 논다"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느긋한 마음과 긍정적인 사고는 최하위팀의 에이스에게 반드시 동반돼야 할 숙명적인 덕목 중 하나다. 그래서 류현진은 쓰린 속내를 감추고 오늘도 웃는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