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류현진(한화)이 또 다시 무너졌다. 한국을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 류현진의 개막 후 3연패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시나리오다.
2패 뒤 맞은 재기의 기회, 류현진의 공에서 절박함이 묻어났다. 14일 문학 SK전에 시즌 3번째 선발 등판한 류현진은 초반부터 145km를 넘나드는 직구로 상대 타선을 제압했다. 류현진의 전력투구가 시작된 것이다.
효과는 좋았다. 3회까지 안타를 허용하지 않고 SK 타선을 허무하게 돌려세웠다. 상대 선발 송은범마저 좋은 컨디션을 보이며 경기는 에이스급 투수들의 진검승부로 흘러가는 듯했다.
변수는 의외의 곳에서 발생됐다. 4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임훈이 경기 첫 내야안타를 뽑아냈고, 정상호 타석에서 도루를 시도했다. 한화 포수 신경현이 임훈의 도루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애매한 심판 판정이 나와 2루에서 세이프. 다음 정상호가 친 유격수쪽 땅볼은 매끄럽지 못한 수비로 내야안타가 되며 1사 1, 2루가 됐다. 여기서 최정이 류현진의 138km 직구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기는 스리런포로 연결하며 분위기는 한순간 SK쪽으로 기울었다.
류현진은 5회초 이대수의 솔로포가 터지면서 1-3으로 따라붙어 힘을 얻는가 했지만, 5회말 들어 다시 위기를 맞았다. 첫 타자 조동화가 볼넷을 얻어 걸어나간 뒤 2루를 훔쳤다. 신경현의 두 번째 도루 저지 실패. 류현진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이어 임훈의 평범한 내야땅볼을 1루수 정원석이 뒤로 빠뜨리면서 1, 3루로 몰렸고 최동수, 최정의 적시타가 잇따라 류현진은 추가 2실점했다. 야수들의 도움을 받지 못하니 천하의 류현진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한화는 결국 1-5로 패하며 3연패에 빠졌다.
류현진은 개막전이었던 지난 2일 사직 롯데전서 4.1이닝 동안 8피안타 5실점하며 시즌 첫 패배를 안았고, 8일 대전 LG전에서도 6이닝 8피안타 7실점하면서 무너졌다. 앞선 두 경기에서는 류현진의 제구력이 완전한 상태가 아니었다. 한만정 MBC 스포츠 플러스 해설위원은 "두 경기는 류현진의 실력이 아니었다. 볼 스피드도 안 올라왔고, 공에 임팩트가 없었다. 2패는 어쩔 수 없었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3번째 경기 SK전만큼은 달랐다. 자존심이 달린 문제였다. 하지만 야수들의 실책성 플레이가 연달아 나오며 점수를 헌납하고 나니 '괴물' 역시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한 위원은 "공이 좋았다. 볼끝도 살아있고, 변화구도 좋았다. 그런데 에러가 겹치면서 흐름이 끊겼다. 홈런 역시 류현진의 실투가 아니라 최정이 잘 친 것"이라고 전했다.
시즌 세 번째 패배를 떠안은 류현진. 하지만 희망은 있었다. 앞선 두 경기에서는 탈삼진이 각 5개씩에 그쳤던 류현진이 이날은 한 경기서 10개의 삼진을 잡아냈다는 점이다. 구위와 구속 모두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반증.
류현진의 다음 4번째 등판에서 고대하던 첫 승에 다시 도전하게 된다. 물론 타선이나 야수들의 도움도 있어야 한다. 그래도 에이스가 확실히 살아나지 않으면 최하위로 떨어져 있는 한화가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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