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최형우(삼성)가 시즌 개막 후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홈런의 '홈'자만 들어도 화들짝 놀랄 정도다. 지켜보는 팬들의 시선과 팀 상황상 본인의 거포본능 발휘가 필요함을 잘 알고 있지만, 운마저 따라주지 않아 긴 한숨을 내쉬고 있다.
최형우는 지난 13일 잠실 LG전에 좌익수 4번타자로 선발출장해 4타수 1안타 1볼넷 1득점을 기록했다. 연장 10회까지 가는 과정에서 1회초 첫 타석에서 볼넷, 6회초 3번째 타석에서 우익선상을 타고 흐르는 2루타를 신고했다. 체면치레는 했다고 할 수 있지만, LG 4번타자 박용택이 연장 10회말 끝내기포를 포함해 5타수 3안타 3타점 1득점으로 맹활약한 것과 비교해보면, 분명 칭찬할 수 없는 성적이다.
특히 3-3으로 팽팽하던 9회초 LG 야수들의 연이은 송구실책으로 박석민이 2루를 밟아 만들어낸 1사 2루서 최형우는 병살타(투수 라인드라이브)까지 기록했다. 잘 맞은 강한 타구였지만, 상대투수 이상열이 얼떨결에 받아내면서 결승타의 주인공이 될 뻔한 기회도 놓쳤다.
올 시즌 삼성은 류중일 감독 체제로 공격야구를 선언했다. 용병타자 라이언 가코를 영입했고, 타선의 세대교체 3인방 최형우, 박석민, 채태인에게 거는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류 감독은 이들에게 합작 100홈런을 주문하기도 했다.
9경기를 치른 상황에서 삼성 타선의 핵심인물들은 아직 방망이에 불이 붙지 않았다. 박석민은 13일 현재 타율 2할9푼4리(34타수 10안타) 1홈런 8타점으로 어느 정도 자존심을 세우고 있지만, 채태인은 KIA와의 개막전 만루포 등 홈런 2방을 신고한 뒤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타율이 1할6푼으로 저조하고, 13일 경기 전에는 어지러움 증세를 느껴 응급차로 병원에 후송되기도 했다. '거포'를 기대하며 영입했지만 용병타자 가코는 '소총'으로 둔갑했다. 13일 3안타로 타율 3할6리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홈런을 쳐내지 못했다.
최형우는 이도저도 아니다. 타율 2할6푼5리(34타수 9안타)로 4번타자로서 더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특히 최형우는 아직까지 홈런포를 신고하지 못한 점에 대해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13일 경기 전 최형우는 '첫 홈런을 언제 신고하느냐'고 묻자 순간 멈칫하며 "제발 그런 말 좀 하지 말아 달라"고 손사래를 쳤다. 최형우는 "또 홈런 얘기가 나온다. 오늘은 꼭 치겠다"고 투덜거렸다. 이날 범타로 물러나면서 크게 아쉬워한 것도 그만큼 활약에 대한 부담감이 컸던 탓이다.
최형우로서는 초조함을 날려버릴 속시원한 홈런과 함께 자신감 회복이 급선무다. 삼성의 공격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최형우가 폭발해야 한다. 이는 필수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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