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수원 삼성은 올해 K리그 클래식 25라운드까지 승점 46점으로 2위를 달리고 있다.
1위 전북 현대와는 승점 4점 차이다. 따라 잡겠다고 마음을 먹는다면 얼마든지 추격이 가능하다. 7경기 무패(6승 1무)로 시즌 초반 어려움을 완벽하게 털어냈다.
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2017 FA컵 8강전에서 광주FC를 2-1로 꺾으면서 4강에 진출, 2연속 우승 희망까지 이어갔다. 오는 12일 라이벌 FC서울과의 26라운드 겸 슈퍼매치가 예정돼 있어 부담이 적지 않았지만 철저하게 승부에만 전념해 승리를 가져왔다.
좋은 분위기에서는 더 좋은 동기부여가 있어야 한다. 수원은 여름 이적 시장에서 단 한 명의 영입도 없이 허망하게 보냈지만 선수단이 똘똘 뭉쳐 지난해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며 버티고 있다. 수비진 보강을 외쳤던 서정원 감독에게는 9월 아산 무궁화에서 전역하는 중앙 미드필더 김은선, 중앙 수비수 조성진이 오기 전까지 견디는 일만 남았다.
불확실한 일이 또 있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사안이다. 서 감독은 올해 말이면 계약이 종료된다. 지난 2012년 12월 윤성효 전 감독이 사퇴하면서 서 감독은 수석코치에서 감독으로 승진했다. 3년 계약을 맺었고 2015년 12월이면 계약 만료였다.
그러나 서 감독이 구단 살림살이 축소에 따른 열악한 지원과 유스 출신 선수 육성 전환 정책 등을 모두 따르면서 2015년 초 3년 재계약에 성공했다. 수원은 일찌감치 서 감독에게 믿음을 주고 선수단을 맡겼다. 구단의 정책도 서 감독이 이어가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 결과 서 감독은 권창훈(디종FCO)으로 시작해 유스 출신 선수들을 다수 육성했다. 유스 출신 선수들 중 가능성이 있는 자원은 항상 주중 대학팀과의 연습 경기에 호출하는 등 치밀한 점검을 해왔다. 현재 주축인 구자룡이나 민상기(아산 무궁화) 등은 서 감독이 발굴한 자원이라고 볼 수 있다.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2014, 2015년 클래식 2위, 2016년 FA컵 우승 등 성과도 냈다. 지난해 클래식 강등권까지 내려 가는 등 7위로 부진했지만 선수 영입을 제대로 해주지 않았던 구단의 사정을 고려하면 선전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 플랫3 수비로 극복하는 등 자구책도 알아서 만들어 내놓고 있다.
수원은 전통적으로 재계약 대상이 현직 감독들과 빨리 계약을 마친 팀이다. 초대 김호 감독과는 무려 8년을 같이 했다. 차범근 감독과도 6년 6개월을 보냈다. 윤성효 감독과는 3년 계약을 했지만 성적 부진에 자진 사퇴의 길을 걸었다.
계약 연장 과정에서는 K리그 최고 연봉 또는 계약 만료 6개월 전에 미리 재계약을 통해 선수단을 제대로 잡고 구단의 장기 운영에도 연속성이 있도록 했다.
그러나 올해는 아직까지 특별한 움직임이 없다. 조나탄을 클래식 득점 1위로 올려 놓고 신성 유주안을 육성하는 등 작품을 내놓고 있지만 서 감독과의 협상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 현재 수원은 FA컵 4강에 올라 있다.
수원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내년을 생각하면 벌써 재계약을 했거나 협상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와야 한다. 지금까지 어떤 것도 없는 것은 전례를 생각하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준식 수원 대표이사는 "다 고려하고 있다. 모기업(제일기획)에 조만간 (서 감독의 재계약 건에 대해) 보고를 할 예정이다. 협의를 통해 결론을 내릴 것이다"고 말했다.
김 대표 입장에서도 서 감독 계약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문제다. 지난해는 구단 적응기였고 올해 본격적으로 축구단 경영을 이해하면서 선수단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방법까지 서서히 알아가고 있는 시점이라 더 조심스럽다. 그는 삼성전자에서 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을 역임해 여론의 흐름도 잘 파악하는 편이다.
서 감독의 마음은 어떨까, 그는 최대한 말을 아끼며 "(구단에서 재계약 제안은) 아직 없다. 모르겠다"며 더는 언급하지 않았다. 냉정하게 판단하면 감독은 구단에 고용된 고용인일 뿐이다. 재계약 여부는 전적으로 구단에서 판단한다. 현 시점에서 구단이 '갑'이라면 서 감독은 '을'에 해당한다.
결국 구단의 최종판단을 무한정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 감독이 말을 아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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