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K리그 클래식은 우승,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클래식 잔류, 승격, 챌린지(2부리그) 강등 등 어느 것 하나 정해진 것 없이 빡빡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개인 타이틀 경쟁도 그렇다. 그런데 눈에 띄는 이름이 시즌 내내 득점 1위 자리에 올라 있다. 2002 한일월드컵의 수혜를 입고 2003년 유망주로 등장했던 '패트리어트' 정조국(32, 광주FC)이다. 정조국은 현재 18골로 친정팀 FC서울의 아드리아노(16골)에 두 골 차로 앞서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무엇이 30대 나이에 팀을 옮긴 정조국의 골 본능을 일깨웠을까? 창간 12주년을 맞은 조이뉴스24가 정조국을 만나봤다.
<①에서 계속…>
[이성필기자] 정조국의 올해 K리그 클래식 35라운드까지의 기록은 28경기 출전 18골이다. 프로 데뷔 후 최고의 활약을 보이고 있다는 것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소속팀 광주가 클래식 잔류에 성공하고 정조국이 득점왕이 된다면 골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광주는 챌린지(2부리그)로 강등당했다가 클래식 재승격 뒤 두 해 연속 생존이라는 기록을 만들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광주의 리더이자 큰 형님 정조국의 활약에 다수 축구팬은 그의 기사에 "28경기 18골이면 충분히 국가대표에 갈 실력이 아니냐",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경기를 집중하여 관전했다면 선발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댓글을 달고 있다. 내달 캐나다와의 평가전, 우즈베키스탄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5차전에 나설 대표팀 명단에 정조국을 넣어야 한다는 여론이다.
2011년 6월 세르비아와의 평가전을 끝으로 국가대표 시계가 멈춰 있는 정조국은 과연 5년 4개월 만에 다시 대표팀의 부름을 받을 수 있을까. 정조국은 자신의 과거에 빗대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나도 사람이라서 그런지 (대표팀 이야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던 것은 사실이다. 어린 시절에는 그랬던 것 같다. 무조건 가야 한다고, '정조국이라서 가야 해. 갈 거다'라는 마음을 먹고 있었다. 그래서 대표팀 명단 발표하는 날이면 그것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은 생각해보면 부질없는 짓이더라. 슈팅이라도 한 번 더 하는 게 낫지 싶었다. 요즘에 워낙 (대표팀 발탁에 대한) 이야기가 많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한다. 내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더라. 가식을 떨 생각도 없다. K리그 안에서 국가대표 자격을 증명하면 된다. K리그 득점 선두가 꼭 국가대표에 가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라운드 안에서 얼마나 대표팀에 갈 자격이 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거론되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고맙다."
대표팀 명단 발표는 오는 31일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23일 인천-광주전을 찾아 정조국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정조국은 "서른이 넘었지만, 국가대표라는 단어는 설레고 꿈만 같다"라며 "축구 선수라면 버리지 말아야 할 꿈이 국가대표다. 그 자체만으로도 축구선수로서 뛰어야 할 이유가 있다. 꿈을 버린다면 경기장에 나설 의미가 없다. 국가대표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어디 있는가. 정말 큰 영광이다"
국가대표 후보로 자신의 이름이 다시 등장한 데 도움을 준 팀 후배들, 특히 수비진에 대한 고마움도 전했다. "공격수는 책임이 따르는 위치다. 프로 선수라면 결과로 말하는 것이 맞다. 2등은 기억하지 않는다. 결과가 숙명적으로 따라붙지 않는가. 골을 넣으며 경기를 (이기는 방향으로) 뒤집으면 공격수만 조명받는다. 그래서 18골을 넣기까지 묵묵히 뒤에서 수비하며 뛴 수비진이 정말 고맙다."
정조국이 국가대표로 거론되는 것은 단순히 득점 감각이 좋아서는 아니다. 선참급으로 대표팀의 분위기를 좋은 방향으로 끌고 가주기를 바라는 기대도 있다. 현 대표팀의 중심 기성용(스완지시티),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 등은 FC서울 시절 함께 뛰었던 후배들이다. 정조국이라면 곽태휘(FC서울)를 도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형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냉정하게 현재 기량만 놓고 보면 정조국은 충분히 대표 선발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슈틸리케호 최전방 공격수는 김신욱(전북 현대), 석현준(트라브존스포르),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황희찬(잘츠부르크) 등이 활용되고 있지만 완벽한 파괴력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이들은 높이와 힘으로 이타적인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지만 갖고 있는 결정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 점이 고민이다.
정조국에 대한 또 한 가지 기대감은 최전방 공격수의 계보를 다시 이어주기를 바라는 여론이다. 보통 한국 축구의 대표적인 공격수 계보는 차범근(63)-최순호(54)-황선홍(48)-이동국(37)-박주영(31)을 꼽는다. 정조국은 프로 입문 초창기 받았던 스포트라이트에 비하면 성장이 더뎠고 쌓아온 성과도 부족하고 나이로도 늦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나이가 모든 것을 말하지는 않는다. 지난 시즌 현역에서 은퇴한 이탈리아의 베테랑 공격수 루카 토니는 서른이 다 된 나이에 세리에A에서 폭발적인 득점력을 보여줬고 아주리 군단에 합류해 2006 독일월드컵 우승을 이끈 바 있다. 토니가 대표팀에서 빠진 2010 남아공,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이탈리아는 조별리그 탈락의 쓴맛을 봤다.
한국 축구의 공격수 계보 잇기에 정조국이 충분히 들어갈 수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그는 '반성'을 이야기했다. 현재 대표팀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공격수들에게도 마찬가지 조언을 했다. 그는 "일단 (관련) 선수들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 있다. 나도 그렇고 꾸준하게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던 부분은 아쉽다. 왜 못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공격수 계보를 이어야 할 선수들이 부족한 부분도 있었다"라고 분석했다.
현대 축구의 꾸준한 변화 흐름도 최전방 공격수 역할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봤다. 한국 축구는 프리미어리그 등 해외 축구 스타일이 유입되고 패스 중심의 스페인 축구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최전방 공격수도 단순히 골 사냥에만 전념하는 것이 아니라 11명의 틀 안에서 튀지 않게 뛰어야 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에 대해 정조국은 "축구 흐름이 수시로 달라진다. 제로톱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공격수에게 수비 가담 요구도 하고 너른 활동 반경을 원하기도 한다. 그런 부분에 대해 좀 더 신경 쓰다 보니까 골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진 것 같다. 나도 아쉬운 부분도 있다. 외국인 선수들과의 경쟁이 더 많아졌는데 오히려 이를 통해 도약 가능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이를 이겨내고 자신을 빛나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정조국이 국가대표 후보로 다시 거론되고 득점 1위를 달리는 데 있어 가족의 힘을 빼놓을 수는 없다. 탤런트인 아내 김성은 씨와 아들 태하(6) 군의 응원은 늘 힘이 된다. 아내와 아들의 열성에 정조국은 미소를 지으며 행복함을 쏟아냈다.
<③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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