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신은 우리를 저버리지 않는구나 생각했다."
극과 극을 오갔던 경기를 치른 FC서울 최용수 감독은 크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시는 치르고 싶지 않은 경기라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서울은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연장 혈투를 벌여 3-2로 승리했다. 1차전 원정에서 0-1로 패했던 서울은 90분 동안 1-0으로 앞서 원정 다득점 원칙이 없는 연장전을 치렀다. 연장에서 두 골씩 주고 받으며 1, 2차전 합계 3-3으로 승부를 결정짓기 못했다. 결국 승부차기에 돌입해 서울이 7-6으로 승리하며 8강 티켓을 손에 넣었다.
최용수 감독은 "두 번 다시 이런 경기는 하고 싶지 않다. 우라와도 좋은 경기를 했다. 우라와의 콤비네이션 플레이가 잘 되면서 2실점을 한 뒤 경기가 뒤집어졌지만 선수들을 믿었다. 신은 우리를 저버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고 운이 좋았다. 클럽의 자존심을 떠나서 애국심이 우리 선수들에게 더 있었다. 그런 투혼과 집중력을 칭찬해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축구는 팬들을 위해 존재한다고 정의한 최 감독은 "이대로 우리가 주저앉을까 싶었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선수들의 집념 덕분에 운이 따르지 않았나 싶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했고 결과가 우리쪽으로 와서 기쁨이 두 배다"라고 즐거움을 표현했다.
1차전 0-1 패배는 2차전 준비의 약이었다. 최 감독은 "(1차전은) 서울의 자존심에 금이 가는 경기를 했다. 일본 팀과의 경기라 화도 냈다. 오히려 오늘은 칭찬했다. 좋은 기운이 마지막에 오지 않았나 싶다"라고 전했다.
박주영이나 이석현 대신 윤일록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세웠던 부분에 대해서는 "1차전에서 상대 빌드업에 당황했다. 이것을 막기 위해서는 전방 맨마킹이 필요했다"라며 의도적인 투입이었음을 설명했다. 이어 "벤치에 앉히기보다는 시험을 하고 싶었다. 포지션을 잘 잡아줬다. 앞으로 윤일록이나 윤주태를 잘 활용하겠다"라고 말했다.
8강 1차전은 8월 23~24일, 2차전은 9월 13~14일에 열린다. 준비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전북 현대(한국)와 상하이 상강, 산둥 루넝(이상 중국) 네 팀으로 압축돼 한중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고 한국 팀 간의 맞대결이 성사될 가능성도 있다.
최 감독은 "8강까지 온 것은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뜻이다. 누구와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보다는 크게 가리지는 않겠다. 우리 것을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라고 선언했다.
최 감독과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요한은 "축구 인생에 남을 경기였다"라고 정의했다. 고요한은 서울이 한 골 뒤져 패색이 짙던 연장 후반 종료 직전 호쾌한 왼발 골로 승부차기로 몰고 간 일등공신이었다. 3-4로 지고 있던 승부차기에서는 다섯 번째 키커로 등장해 성공하며 서울이 승리로 향하는 징검돌을 놓기도 했다.
고요한은 "두 번째 실점 후 감독님이 전방으로 더 전진하라는 지시가 있었다. 드리블을 하고 중앙으로 가면서 아무 생각이 없었고 그냥 슈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라고 극적인 골을 넣은 장면을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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