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K리그 최정상팀 전북 현대가 험난한 태풍을 만났다. 검찰 수사와 재판을 통해 가려야 하겠지만 스카우트 A씨의 심판 매수로 파문을 일으켰고 파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북은 24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멜버른 빅토리(호주)를 2-1로 꺾고 8강 진출에 성공했지만 기쁨을 제대로 누릴 수가 없었다. 심판 매수 파문이 워낙 크다보니 무슨 말을 하더라도 설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급기야 구단을 이끌고 있는 양대 축인 최강희 감독과 이철근 단장이 동반 사퇴를 시사했다. 전북을 명문 구단 반열에 올려 놓은 대표적인 두 사람이 구단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자신의 잘못이라며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결과에 따라 책임을 지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북 구단의 해명에도 아직까지 의문이 풀리지 않는 몇 가지 부분이 있다. 스카우트 A씨가 심판 B, C씨에게 건넨 500만원의 출처다. 전북은 이 부분에 대해 스카우트의 연봉이 1억원을 훌쩍 넘기 때문에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지급이 가능할 것이라는 뉘앙스를 흘렸다.
전북 고위 관계자는 "같은 축구인이고 축구 후배를 챙겨주는 차원에서 돈을 건넨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즉 A씨가 자발적으로 금전 지출을 해가며 심판들을 챙기고 팀 성적 관리에 열을 올렸다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적지 않은 금액을, 그것도 심판들에게 선심 쓰듯이 건넸다는 것 자체는 납득이 잘 가지 않는다. 지난해 불거진 경남FC 사태의 경우 대표이사가 직접 수천만원을 심판들에게 건넸다는 것과 비교하면 금액은 작다. 그래도 계약직인 스카우트가 어떻게 그런 비용을 마련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하기 어렵다.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했는지에 대해서도 여전히 물음표다. 이 고위 관계자는 "스카우트는 전국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구단 자체에서 일정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라고 전했다. 마음만 먹으면 보고 없이 알아서 일처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일단 부산지검은 구단 고위층의 개입 증거를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카우트가 일관되게 자신이 개인적으로 한 일로 진술했기 때문이다.
스카우트란 직책의 구단 내 위치도 애매하다. 프런트의 일원이기는 하지만 코칭스태프에 속하기 때문에 단장, 사장보다는 감독의 영향력 아래에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A씨와 심판의 접촉이 최강희 감독이 국가대표 사령탑을 맡아 팀을 떠나 있을 당시부터 진행됐었다는 점에서 관련성을 찾기는 어렵다. 당시 전북은 파비오 피지컬 코치가 감독대행을 맡고 있었다.
최강희 감독은 "내가 복귀하기 전 팀이 어려웠기 때문에 한 사람의 충성심일 수도 있다. 오랫동안 지인처럼 지낸 관계로 안다. 본인도 침통해 하고 있어서 더 묻기도 어렵다"라며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남 사태가 벌어지던 지난해 11월 즈음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았던 스카우트의 가벼운 보고를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것도 최 감독은 자책했다.
이번 사태로 전북은 지난 2006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기점으로 쌓아 올린 신흥 명문 이미지에 금이 가게 됐다. 사태 발생 초기에 어설픈 일처리로 인해 비판을 피하지도 못했다. 구단 발전에 공헌한 두 수장의 사임 시사와는 별개로 선수단과 팬 모두 큰 상처를 받은데다 K리그 전체의 신뢰성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향후 전북의 행보를 주의깊게 살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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