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외적으로 시끄러운 구단 상황과 달리 전북 현대 선수단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이행했다.
전북은 2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멜버른 빅토리(호주)에 2-1로 승리했다. 1차전 원정에서 1-1로 비겼던 전북은 1승1무의 전적으로 1차 목표였던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절대 쉬운 상황은 아니었다. 전북은 5월 들어 사나흘 간격으로 경기를 치러왔다. 클래식에서는 수원 삼성, 전남 드래곤즈 등 특수성이 있는 상대들과 싸웠고 챔피언스리그의 경우에도 18시간이나 걸리는 멜버른 원정을 다녀오는 등 체력적, 정신적으로 힘든 일정을 견뎌왔다.
멜버른 원정에서 1-1로 비기고 왔기 때문에 홈에서 승리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심판 매수 의혹이 터지면서 팀 분위기는 급격하게 흔들렸다. 선수단 스스로 중심을 잡지 않으면 자칫 목표했던 아시아 정상 도전 기회를 놓칠 수 있었다. 올 시즌 충실한 전력 보강으로 챔피언스리그에 올인을 했기 때문에 16강 탈락은 상상하기도 어려웠다.
최강희 감독의 선택은 선수들의 출전 안배였다. 지난 21일 전남과의 호남더비에서는 김영찬, 최동근, 이우혁 등 어린 선수들을 대거 선발로 내세웠다. 압박감이 큰 경기였지만 루이스가 두 골을 터뜨리며 2-1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더블스쿼드 가동을 성공적으로 해내며 이동국, 이재성, 레오나르도, 김보경 등 주전들이 체력을 비축하는데 큰 도움이 된 셈이다.
멜버른과의 2차전에서는 정예 멤버들의 휴식 효과가 나타났다. 경기 주도권을 전북이 쥐었다. 특히 레오나르도의 프리킥 집중 연습 효과는 선제골로 나타났다. 김보경 역시 중앙에서 루이스, 이재성과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며 협업으로 경기를 매끄럽게 풀어갔다. 2-0으로 앞서다 후반 막판 멜버른에 한 골을 내줬지만 더 이상 흔들리지 않고 승리를 지키며 위기 극복도 해냈다
최강희 감독은 "당초 목표로 했던 8강 진출에 성공해 기쁘다. 앞으로 조직력과 경기력을 더 끌어 올려야 한다. 매 시즌 선수가 바뀌는 바람에 전반기에 고생을 했는데 그래도 선수들이 경기마다 집중을 해주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8강전은 오는 8월 23~24일 1차전, 9월 13~14일에 2차전이 열려 여유가 있다. 선수단 이원화와 함께 경기력도 어느 정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어 전북이 목표로 하고 있는 결승 진출까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동국과 주장 권순태를 중심으로 선수단이 단합을 하고 있다는 점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남은 것은 구단이 이번 심판 매수 사태를 얼마나 뼈저리게 반성하고 지혜롭게 처리하느냐다. 더블스쿼드가 완전히 자리잡고 좋은 성적이 유지되려면 구단의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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