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구단 스카우트의 심판 매수 혐의로 흔들리는 전북 현대와 달리 팬들은 냉정하면서도 차분하게 대응했다. 오히려 믿음의 응원을 보여주는 모양새를 취했다.
전북은 2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멜버른 빅토리(호주)와 경기를 치렀다. 1차전 원정에서 1-1로 비겼기 때문에 이기기만 한다면 전북이 8강 티켓을 받는다.
그러나 상황은 좋지 않았다. 전날 부산지검 외사부에서 전북 스카우트 A씨가 2013년 심판 B, C씨를 상대로 총 500만원을 챙겨준 혐의가 있다고 발표하면서 전북 구단은 크게 흔들렸다. 구단은 A씨의 개인적인 행위라며 사죄했지만, 팬심은 싸늘하게 식었다.
전북 구단 서포터 연합체 '매드 그린 보이스(Mad Green Boys, 이하 MGB)'는 이날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공식 성명을 내고 '언론 보도를 통해 소식을 듣고 많은 지지자가 힘든 하루를 보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북 서포터스 연합은 이번 사태를 절대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구단은 이번 사태를 개인의 일탈로 치부해선 절대로 안 될 것이다. 철저한 내부 조사를 진행하고 책임질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책임져야 한다. 개선할 부분은 어떤 책임이나 고통이 있어도 겸허히 받아들이는 책임 있는 행동을 요구한다'라며 꼬리자르기식 일 처리를 하지 말기를 강조했다. 스카우트 개인의 행동으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는 뜻이었다.
구단을 감독하는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대해 조언도 했다. MGB는 '연맹은 이미 오래전부터 행해진 것으로 알려진 잘못된 관행들에 대해서 더 이상 숨기거나 가볍게 넘겨선 안 될 것이다. 검찰의 철저한 조사를 통해 더 이상 K리그를 응원하는 팬들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넷상에서는 냉철하고도 차가운 팬심이, 경기장에서는 정반대로 표출됐다. 경기 전까지 서포터스에서 구단의 일처리와 관련한 비판의 현수막이 내걸릴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이런 예상과 달리 전북팬들은 구단 깃발과 태극기를 흔들며 열렬히 응원했다. 심판에게 청탁한 경기가 챔피언스리그가 아닌 정규리그 경기인 측면이 있기도 했지만 8강 진출은 물론 아시아 정상에도전장을 낸 전북의 목표와 함께하겠다는 뜻을 응원으로 보여준 것이다.
팬들은 선수 11명은 물론 대기 명단에 있는 이들의 이름까지 외치며 평소처럼 뜨거운 응원을 했다. 전반 29분 레오나르도의 프리킥 선제골이 터진 뒤에는 전북 특유의 기립 응원인 '오오렐레' 응원 소리가 경기장을 뒤덮었다.
결과적으로 이날 구장을 찾은 1만2천811명의 팬은 일단 구단에 명확한 일 처리를 뜨거운 응원으로 요구한 셈이 됐다. 변함없는 믿음과 성원에 이제는 구단이 대답할 차례가 됐다. 검찰 조사를 지켜봐야 하지만 의혹이 생긴 이상 그냥 넘어가기에는 어려운 상황이 만들어졌다. 가슴 뜨거운 팬들의 보는 눈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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