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2012년 8월 13일,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하고 온 올림픽 축구대표팀 환영 축하연에 K리그 감독 자격으로 참석했던 신태용 현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은 당시 홍명보 감독에게 "다음 올림픽 대표팀 감독은 정말 힘들 것 같다"라는 말을 꺼냈다.
그런데 신태용 감독이 바로 그 '다음 올림픽 대표팀 감독'이 돼 2016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있다. 힘든 여정에 자신이 발을 들인 것이다. 이전 대회 성과가 있었기에 동메달 이상의 성적을 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신 감독을 억누르고 있는 것이다.
2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2016 리우 올림픽 D-100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신태용 감독은 "조추첨을 끝내고 돌아오면서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어깨가 무겁다. 현지답사를 하면서 최선을 다하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부담감과 자신감을 동시에 드러냈다.
4년 전 홍명보호 이상의 성적을 낼 수 있느냐는 물음표다. 한국은 피지, 독일, 멕시코와 조별리그에서 만나 나쁘지 않은 조편성이라는 평가다. 신 감독은 "(홍)명보 형이 한 만큼 후배들도 열심히 해서 축구팬과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다짐했다.
그렇지만 런던의 동메달 성과는 신 감독에게는 그야말로 무거운 짐이다. 런던 대회 이상의 성과를 내겠다고 자신했던 신 감독은 신중한 입장으로 돌아가 "동메달의 기적을 넘는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부분은 아니다. 피지전부터 결승전이라고 생각하고 준비를 하겠다. 잘 해내면 런던만큼 올라갈 수 있다. 물론 예선 탈락의 가능성도 있다. 1%의 방심도 안 된다. 나부터 방심하지 않겠다"라고 전했다.
방심을 경계한 것은 지난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겸 리우 올림픽 예선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맛본 쓰라린 경험 때문이다. 당시 한국은 전반 2-0으로 앞서가다 후반에 내리 3골을 내주며 일본에 2-3으로 패했다.
일본전을 회상한 신 감독은 "한일전을 지고 아쉽고 죄송스러움도 많이 느꼈다. 많은 약이 됐고 크게 배웠다"라며 "만약 올림픽에서 일본과 4강에서 만난다면 그 때보다 더 멋진 경기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1%도 방심하지 않고 마지막 90분 또는 120분을 잘 준비해서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이를 갈았다.
신 감독은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본선에 선수로 참가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3경기 모두 출전해 3무승부라는 아쉬운 결과를 받아들었다. 신 감독은 "당시 상당히 대등한 경기를 했는데 3무였다. 리우에 가게 되면 선수들에게 좀 더 자신감 있게 적극적으로 경기 하라고 할 것이다. 당시의 경험을 살려서 지도하면 좋은 플레이를 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상대팀 분석을 철저히 해야 한다. 신 감독은 "피지, 독일, 멕시코의 예선전 자료를 다음 주에 우편으로 받는다.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제대로 볼 수 있다"라고 전한 뒤 "독일의 경우 분데스리가를 직접 관전해보니 상당히 좋은 선수들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멕시코는 보지 못했다. 좋다고만 알고 있다"라며 입체적인 분석으로 대비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남미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라는 변수에 대해서는 "지카 바이러스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현지인들에게 물어보니 대도시에는 (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가 없고 거의 늪지대에서만 산다더라. B조 팀들이 고생하지 않을까"라며 괜찮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 시차에 대해서는 "시차가 12시간이 나는데 처음에는 힘들 것이다. 우리가 좀 더 일찍 현지에 들어가니 아마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계획대로라면 7월 16일에 출국한다. 베이스캠프를 어디에 차릴 지는 답사를 다녀왔으니 준비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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