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현대 축구는 각 포지션이 해야 할 일이 명확했던 옛날식 축구에서 벗어난 지 오래됐다. 최전방 공격수가 골을 넣고 수비수는 수비만 하던 시대는 지났다는 뜻이다. 멀티플레이어가 주목받는 시대인 셈이다.
리우 올림픽을 준비하는 한국 올림픽대표팀 신태용호도 멀티플레이어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신태용호는 최근 알제리와의 두 차례 평가전에서 2-0, 3-0 승리를 거뒀는데 모두 공격 2선에서 골이 나왔다.
문창진(포항 스틸러스)이 두 경기에서 3골(페널티킥 1골 포함)을 터뜨렸고 권창훈(수원 삼성), 이창민(제주 유나이티드)이 한 골씩 넣었다. 이들 모두 공격 2선 어느 포지션에서나 활약이 가능한 선수다.
공격 2선에서 골이 터져나오는 경향은 지난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서도 드러났다. 한국이 6경기에서 넣은 14골 중 권창훈 5골, 문창진 4골, 류승우(빌레펠트) 2골, 김승준(울산 현대) 1골 등 12골이 공격 2선에서 만들어졌다. 원톱 자원인 김현(제주 유나이티드)과 진성욱(인천 유나이티드)은 각각 한 골씩 넣었다.
신태용 감독의 스타일은 짧은 패스를 공격적으로 시도하며 전방으로 전진하는 방식이다. 자연스럽게 최전방 공격수의 마무리가 어려우면 근처에 있는 공격 2선이 슈팅에 가담하는 방식이다.
꼭 원톱이 많은 골을 넣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도 사실상 벗어난 느낌이다. 올림픽 최종엔트리에 원톱 자원인 황희찬(잘츠부르크)이 들어오게 되고 전천후로 활용 가능한 와일드카드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까지 합류하면 원톱의 역할이 이타적인 공격수에 맞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 감독은 28일 알제리와의 두 번째 평가전 뒤 공격 2선의 활약에 대해 "2선에서 골을 넣어주는 것이 좋다. 경기 리딩도 해주고 나무랄 데가 없다. (올림픽 최종엔트리) 18명으로 줄여야 할 때 누군가는 눈물을 흘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라며 올림픽 본선에서 공격2선을 적극 활용할 것임을 시사했다. 또, "원톱 또는 투톱 체제를 두고 고민을 하겠지만 그런 것은 하나의 가정일 뿐이다. 크게 중요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알제리와 첫 번째 경기에서는 박인혁(FSV프랑크푸르트)과 진성욱을 교차 시험한 뒤 "(최종엔트리에 합류 가능성이 있는) 황희찬으로 인해 스타일이 조금 바뀔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앞선의 선수들이 싸워준 것이 보기 좋았다. 중요한 시점에서 결정타를 날리지 못해 아쉬웠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원톱 자원이 꼭 골을 넣지 않아도 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2선에서라도 골이 많이 나와 이기면 되기 때문이다. 최전방에서의 결정력이 아쉽기는 하지만, 이타적인 플레이를 해낸 것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신태용호에서 원톱이 무엇을 해줘야 하는지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셈이다.
물론 올림픽처럼 큰 경기에서는 제아무리 2선이 좋아도 최전방에서 필요할 때 해결을 해줘야 한다는 것을 신 감독도 알고 있다. 2012 런던 올림픽 당시 한국에 동메달을 안긴 결정적인 골과 도움은 모두 박주영(FC서울)에게서 나왔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오묘한 딜레마에 빠진 신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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