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고비를 넘고 또 넘은 전주 KCC의 정규리그 우승은 놀라웠다.
KCC는 21일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와의 정규리그 최종전에 86-71로 승리하며 자력으로 우승을 확정했다. 팀 역사상 최다인 12연승을 달린 KCC는 1999~2000 시즌 이후 16시즌 만에 정규리그 우승의 영광을 차지했다. 2009, 2011년 챔피언결정전 우승은 있었지만 정규리그 우승은 없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우승하기까지 과정은 험난했다. 시즌 시작 전 KCC는 스스로 우승 후보라 생각하지 않았다. 6강 플레이오프에만 진입해도 성공적이라 자평했다. 추승균 감독이 대행 꼬리표를 뗀 첫 시즌이었다. 외부 시선도 마찬가지였다. 강력한 우승 후보로는 울산 모비스와 고양 오리온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KCC는 전력이 조화를 이루면서 서서히 강팀의 면모를 갖춰갔다. 전태풍, 김태술 두 가드의 역할 분담이 뛰어났다. 김효범과 하승진도 힘을 보탰다. 전태풍의 다소 떨어지는 리딩 능력을 김태술이 보완하고 김효범과 하승진이 힘과 높이를 나눠 가졌다.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선발한 193㎝의 단신 안드레 에밋은 복덩이었다. 그는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평균 출전시간이 25분대에 그쳤다. 기술과 득점력이 있어도 팀플레이에 아쉬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그의 파트너였던 리카르도 포웰 역시 득점력은 좋았지만 볼을 오래 끄는 습관이 있어 균형이 맞지 않았다.
고심하던 KCC는 지난해 12월 포웰을 친정팀 전자랜드로 보내고 허버트 힐을 받았다. 힐은 정통 빅맨이기 때문에 에밋과의 공존이 기대가 됐다. 힐이 희생을 택하면서 에밋의 활약은 더욱 빛났다. 하승진이 외국인 선수와 맞서는 부담이 줄면서 수비에서 힘을 비축했고 에밋은 마음 놓고 득점에 가세했다. 힐이 합류한 뒤 KCC는 19승 6패로 호성적을 거뒀다.
에밋이 팀플레이에 녹아든 것도 KCC의 상승세를 이끈 주요 요인 중 하나다. 득점과 함께 도움 비중을 높이면서 동료들의 플레이를 살려냈다. 식스맨 신명호까지 살려낼 정도로 에밋의 영리한 농구는 돋보였다.
추승균 KCC 감독은 "에밋의 공격력은 기술도 있고 섬세하다. 과거 특급으로 분류됐던 외국인선수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힐이 합류하면서 에밋과의 동선도 겹치지 않는다. 에밋의 득점과 파괴력이 더 높아졌다"라고 전했다.
KCC의 시선은 이제 통합 우승으로 향한다. 전신인 현대 시절의 찬란했던 영광을 다시 한 번 재연하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 현대 시절 1997~1998 시즌부터 정규리그 3연패를 한 적이 있지만, KCC로 팀명을 변경한 뒤에는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이날 정규리그 우승으로 KCC는 새 역사의 문턱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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