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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의 NOW 도하]생일 날짜까지 계산했던 문창진의 대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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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부상으로 제외, 챔피언십 4강전까지 4골 넣으며 화려한 비상

[이성필기자] "정말 벼랑 끝 심정이었어요."

신태용호가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서 결승에 오르며 리우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한 순간, '원조 에이스' 문창진(23, 포항 스틸러스)은 그동안 참았던 웃음을 마음껏 터뜨렸습니다.

문창진은 카타르와의 4강전 종료 직전 황희찬(잘츠부르크)의 패스를 받아 날카로운 왼발로 승부를 확정짓은 쐐기골을 뽑아냈죠. 이번 대회 권창훈(수원 삼성)과 함께 4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간의 고생을 보상받은 멋진 골과 리우행 티켓입니다. 물론 앞으로 올림픽 본선 엔트리에 들기 위한 경쟁도 해야하고 포항으로 돌아가서도 신태용 감독이 원하는 경기력을 끌어 올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럼에도 문창진이 그렇게 기뻐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난 27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전 종료 후 도핑테스트를 하느라 취재진과 만날 수 없었던 문창진은 28일 훈련이 끝난 뒤 만난 기자에게 "정말 부담이 컸던 카타르전이었다"라고 입을 열었습니다.

'골짜기 세대'라 불린 신태용호였기에 문창진 스스로도 "결승이 아니라 올림픽 티켓만 따자는 마음이었다"라며 경우에 따라 3-4위전으로 밀릴 것도 대비하고 있었다는 속마음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그의 말에는 많은 것이 담겨있습니다. 사실 문창진은 3년 전부터 이번 올림픽 대표팀에 대해 집착 아닌 집착을 해왔습니다. 20세 이하(U-20) 대표팀부터 생존 경쟁을 펼쳤던 문창진은 포항에서도 마음을 잡지 못하고 애를 먹었습니다.

2013년 2월, 당시 터키 안탈리아의 포항 전지훈련지에서 만난 문창진은 포항과 대표팀 중 어디가 중요하냐는 말에 "솔직히 대표팀이 더 우선인 것 같다"라고 고백했습니다. 어린 선수의 순수한 고백이었지만 이를 전해들은 황선홍 감독은 "큰 일이다. 팀에 먼저 집중해야 하는데 대표팀에 너무 빠져 있다"며 문창진의 마음 잡기에 나섰습니다.

2년이 지난 2015년 2월, 다시 안탈리아 전훈지에서 만났던 문창진은 당시 이광종 감독 체제의 22세 이하(U-22) 대표팀의 일원으로 태국 킹스컵을 끝내고 포항 전훈에 합류한 뒤였습니다. 그 때의 문창진은 다소 달라져 있었습니다. 황 감독이 중용 의사를 밝히면서 포항의 중요한 자원이 되어 있었죠. 팀 합류 당일 연습경기에 곧바로 투입되는 등 가치를 인정받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문창진에게는 개인적인 고민도 있었습니다. "생일이 지나서 나이가 걸리면 올림픽 대표팀에 갈 수 없는 것 아니냐"며 걱정을 사서 했습니다. 1993년 7월 12일 생인 문창진은 8월에 리우 올림픽이 열린다는 점 때문에 23세 이하에 해당하는지 날짜까지 꼼꼼하게 계산하고 있어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이전 올림픽은 만 올림픽이 열리는 시기에 생일이 겹치면 선발이 불가능했기 때문이죠. 해당 개최 년도 만 23세면 되는 것으로 규정이 바뀌면서 안도 할 수 있었던 것이죠.

잔부상이 유독 많았던 문창진은 자신이 대표팀에서 멀어진 사이 유럽파 공격진이 자리를 메우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힘이 넘치는 유럽파에 맞설 수 있는 것은 정교한 기술이었지만 그는 "유럽파가 정말 잘한다. 내 자리가 없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라며 기자에게 고민을 털어 놓기도 했구요.

그러나 결국 문창진은 스스로 일어섰습니다. 사실 신태용 감독이 가장 고민했던 인물 중 한 명이 문창진이었습니다. 신태용 체제에서 경쟁력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포항에서 출전 기회를 많이 얻지 못하고 부상으로 신음해 대표로 뽑기가 애매했죠. 지난해 11월 중국 4개국 친선대회 즈음 부상에서 회복했지만 신 감독이 그를 선발하지 않자 불안감은 더욱 커졌습니다.

12월 제주도와 울산으로 이어지는 대표팀 훈련에 합류한 문창진은 이를 악물었습니다. 누가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는 "정말 해보고 죽겠다"라며 올림픽 예선 엔트리에 들기 위해 모든 역량을 쏟았습니다. 결국 신 감독은 그를 선택했고 이번 챔피언십 무대에서 꽃을 피웠습니다. 28일 훈련 종료 후에는 동료들과 축구화 멀리 벗어 날리기에서 술래로 낙점, 공항 면세점 내기에서 큰 돈을 쓰게 생겼지만요.

문창진은 기자에게 "일단 지금은 리우 티켓을 따낸 것 자체가 기쁘다. 일본을 꺾고 우승해서 화려하게 돌아가고 싶다"라며 아름다운 마무리를 이야기했습니다. 그야말로 노심초사했던 마음을 털어버린 문창진의 화려한 비상입니다.

조이뉴스24 도하(카타르)=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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