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이제 더 이상은 보여줄 것이 없다."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 신태용(46) 감독은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카타르와의 4강전을 3-1 승리로 끝낸 뒤 "정말 더 이상은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없다. 밑천이 다 드러났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카타르전에서 신 감독은 예상하지 못했던 3-4-3 포메이션에 기반을 둔 수비 중심의 전술을 들고 나왔다. 4-1-4-1, 4-2-3-1, 4-4-2 등 공격적인 전술만 선보여왔던 신 감독의 스타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의외였다.
신 감독 스스로 "신태용식 축구는 아니다"라며 승리를 위한 변신이었음을 숨기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만 본다면 이기는 결과를 얻기 위한 보수적이면서 실리적인 전술이라는 것을 스스로 시인했지만 조금 더 뜯어보면 현실적인 전술까지 모두 팀에 녹였음을 의미한다.
올림픽 대표팀이 플랫3에 기반을 둔 전술은 언제 익혔을까. 지난해 12월 제주도 전지훈련에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미리 연습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겉으로는 평온함을 유지했지만 필요한 상황을 상정해 단련하고 기다린 치밀함이 있었던 것이다.
오는 30일 일본과의 결승전은 더욱 흥미롭다. 일본은 늘 내용과 결과 모두를 잡아야 하는 부담스러운 상대다. 신 감독은 28일 훈련을 마친 뒤 일본전에 대해 "이제 구상을 해봐야 한다. 아직은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몸을 낮췄다.
하지만, 신 감독은 또 한 번 치밀했다. 30여명의 일본 취재진이 몰려온 가운데 훈련을 하면서 선수들의 웃고 떠드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 결승전을 앞둔 팀답지 않게 무겁지도 부담도 없는 분위기였다. 한국대표팀이 보여준 의외의 모습에 일본 취재진은 "정말 편하게 결승전을 치르려는 생각이냐"라며 반문을 할 정도였다.
물론 신 감독은 "선수들에게 정신력만 강조하면 경직될 수 있다. 회복에 집중했다. 피로회복이 우선이고 좋은 분위기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내부 단속을 1순위로 꼽았다. 우리의 분위기를 먼저 만든 뒤 외부의 적을 상대하겠다는 이야기다.
일본의 실리적인 전술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파악했다는 듯 "특유의 패싱 플레이로 경기를 풀어가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지키는 축구를 하며 역습을 하고 있다. 철저히 대비하겠다"라고 말했다. 황희찬(잘츠부르크)이 소속팀으로 복귀해 전술적인 제한 사항이 생겼지만, 돌파구가 없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자신감도 있었다. "한일전은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 한 계속되지 않겠느냐"라며 끝까지 라이벌이 될 것이라고 전한 신 감독은 "수비에서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 일본의 스피드나 개인 기량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겉으로는 앓는 소리를 하면서도 마지막으로 숨겨 놓은 카드가 있음을 은연 중 드러낸 신 감독이 또 한 번 묘수로 일본전 승리를 부를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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