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올해 20경기를 치러 16승 3무 1패를 기록했다. 승률이 80%나 된다. 유일한 1패는 지난 1월 호주 아시안컵 호주와의 결승전 1-2 패배였다. 호주전 패배 이후 한국은 13경기 무패(10승 3무)를 달렸다.
1980년 이후 35년 만에 A매치 한 해 최다승(16승) 기록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는 1월 아시안컵 준우승, 8월 동아시안컵 우승이란 성과가 있었다.
슈틸리케호의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극강의 수비력이었다. 총 44골을 넣고 4실점을 했다. 20경기 중 17경기가 무실점이고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서는 6전 전승에 23득점 무실점이다.
상대한 팀들이 확실한 강팀은 없었지만, 복병이 즐비했던 상황에서 물샐 틈 없는 수비력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더욱 놀랍다.
슈틸리케 감독은 기본적으로 4-2-3-1 포메이션에 기반을 둔 점유율 축구를 구사한다. 중앙 수비수 두 명에 앞선에 기성용(스완지시티)을 축으로 한 파트너 1명을 미드필드에 배치해 상대의 중앙 공격을 집중 차단한다. 측면에도 수비력이 좋은 풀백들을 포진시켜 쉽게 파고들지 못하도록 했다.
약체들의 전형적인 전술인 '선 수비 후 역습' 차단을 위해 4-1-4-1로 변형해 기성용을 공격적으로 전진시키기도 했다. 이는 상대가 더욱 공격을 쉽게 시도하지 못하도록 만들었고 충분히 효과를 봤다.
포메이션 변형 시에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홀로 버티는 정우영(빗셀 고베)이나 한국영(카타르SC) 등도 청소부 역할을 무리없이 해냈다. 수비진 앞에 확실한 장벽이 만들어지니 부담이 줄었다.
슈틸리케호의 수비는 최전방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점도 무실점 경기의 원동력 중 하나다. 이정협(부산 아이파크), 석현준(비토리아 세투발), 황의조(성남FC),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등 원톱 자원들은 2선 공격진과의 연계를 위해 쉼 없이 전방에서 상대 선수들을 끌고 다녔다. 왕성한 움직임에 수비진이 지치는 틈을 노린 것이다.
또는 상대가 수비 진영에서 공격 전개로 나서는 순간부터 강하게 압박했다. 이 때 우리 수비진은 전형을 정비하는 시간을 얻는다. 전원 수비가 되니 수비력이 탄탄한 팀이 되는 것이다. 특히 원정경기에서 이런 방식은 효과를 봤다.
경기를 풀어내는 스타일이 비슷한 곽태휘(알 힐랄)나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 김기희(전북 현대),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 등 중앙 수비 요원의 역할 분담도 확실해졌다. 이들이 지속해서 번갈아 기용되면서 주전 경쟁의 격이 올라갔다. 좌우 풀백의 적임자 찾기가 여전히 숙제지만 수비력에서는 대부분 괜찮은 움직임을 보여줬다.
슈틸리케호의 경기를 꾸준히 관찰한 대한축구협회 A 기술위원은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의 심리 파악에 능하다. 좀 더 자신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을 읽고 거기에 맞춰 선수를 구성한다. 주전을 보장해주지 않는 등 국내, 해외파의 구분이 무의미하다는 메시지를 보낸다. 선수들은 포지션에 상관없이 더 많이 뛴다. 당연히 수비력이 좋아지는 효과로 이어진다"라고 분석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