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마음을 다시 잡았습니다."
2012년 K리그에 스플릿 시스템이 도입된 뒤 주요 경쟁 구도는 우승,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강등과 잔류 세 가지로 나뉘어졌다. 순위별로 뚜렷한 목표가 있는 이 전쟁은 해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그러나 어정쩡한 팀도 있다. 바로 그룹A(1~6위)의 최하위인 6위와 그룹B(7~12위)의 상위권 팀이다. 그룹B 상위팀의 경우 대부분이 클래식 잔류를 확정하는 승점을 벌어 놓은 상황이라 남은 시즌의 동기부여가 떨어진다. FA컵 결승이라도 올라가면 그나마 다행이다. 14일 전남 드래곤즈를 이기고 FA컵 결승에 올라가 우승을 바라볼 수 있게 된 인천 유나이티드가 좋은 예다.
그룹A 하위팀의 경우 치열한 순위 싸움의 희생양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승 또는 챔피언스리그 티켓 경쟁을 하는 팀들에게 원치 않는 승점 자판기 노릇을 하게 되는 것이다. 캐스팅보트 역할이라도 할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승점 자판기로 전락하면 굴욕적이다.
남은 스플릿 라운드는 매경기가 빅매치라 완급 조절도 어렵다. 2013년 14팀 체제에서 7위로 그룹A에 오른 인천의 경우 스플릿라운드 시작 후 12경기에서 단 1승만 수확했다. 2014년 12팀 체제에서의 6위 울산 현대 역시 3무 2패로 동네북 신세였다.
올해 그룹A의 막차는 제주 유나이티드가 올라탔다. 제주는 승점 46점으로 인천(45점)에 1점 앞서며 극적으로 그룹A에 포함되는 드라마를 연출했다.
현실적으로 제주의 순위경쟁 상황은 녹록지 않다. 5위 FC서울(54점)과 8점 차이다. 챔피언스리그 티켓 확보 마지노선인 3위 포항 스틸러스(56점)와는 10점 차이다. 스플릿 라운드 5경기를 모두 이기고 포항, 성남, 서울이 저조한 성적을 내기를 라야 하는 것이 제주의 현재 처지다.
자연스럽게 제주가 승점 자판기가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제주 조성환 감독은 이런 시각을 거부했다. 조 감독은 15일 스플릿 라운드 그룹A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이를 갈았다.
조 감독은 "올해는 총력전을 펼쳐서 수원과의 첫 번째 대결에서 이기고 나머지 4경기도 전승을 하겠다"라며 호기로운 목표를 내세웠다.
지난해 제주의 최종 성적이 5위였다는 점도 조 감독을 자극한다. 그는 "박경훈 감독님이 계실 때 5위였는데 이와 비교하면 부족하다. 그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느냐"라며 새롭게 목표를 정했음을 알렸다.
마음가짐도 새롭게 했다. 목표의식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반박했다. 조 감독은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래서 나부터 마음을 다시 잡았다. 대충 경기를 치르는 일은 절대로 없다. 모두 제주와 인연이 있는 팀들인데 그냥 싸울 수는 없다"라고 강조했다.
첫 경기 상대인 수원과는 2013년 7월 13일 1-2 패배 이후 7연패를 당하고 있다. 연패 징크스 타파가 우선이다. 홈 두 경기 상대인 서울, 전북도 마찬가지다. 서울에는 지난 8월 홈에서 이기며 무려 9월 5개월 동안의 홈 14경기 무승에서 벗어났다. 오랜 기간 당하기만 했던 것을 되갚아주기 위해서라도 당연히 서울을 또 이기고 싶다. 전북에는 지난해 홈에서 패하며 정규리그 우승을 허용한 아픈 기억이 있다.
조 감독은 "올해는 그 어떤 희생자 역할도 하지 않을 것이다. 내년을 생각하면 새로운 선수들도 활용해봐야 하지만 상대와의 겨루기가 최우선이다. 1%의 가능성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승리 와 챔피언스리그 티켓 사냥에 올인하겠다는 의지를 내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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