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은 2015년 행복한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A매치에서 단 1패만을 기록하는 놀라운 성적을 내고 있다. 총 18경기에서 14승 3무 1패의 호성적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장기 구상도 물 흐르듯이 이어지고 있다. 부임 후 1년 동안 선수 고르기에 세심한 신경을 쓰며 총 46명에게 대표팀 경기 출전 기회를 부여했다. 주장으로 선임하며 무한 신뢰를 약속한 기성용(스완지시티)부터 새내기 권창훈(수원 삼성)에 노장 곽태휘(알 힐랄)까지 균형 잡힌 선수 기용을 이어왔다.
한때 실패자로 낙인 찍힌 선수들에게도 외부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기회를 줬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였던 골키퍼 정성룡(수원 삼성)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 13일 자메이카와 친선경기에서 골문을 지킨 정성룡은 고도의 집중력으로 한국의 3-0, 무실점 승리에 공헌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정성룡이 아직 비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정말 잘 해줬다고 생각한다"라고 선방을 칭찬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절묘한 시점마다 선수들을 자극하며 잠재력을 깨웠다. 1월 아시안컵에서는 한국의 조별예선 경기력에 실망스러움을 드러내며 "한국은 더는 우승 후보가 아니다"라는 따끔한 말로 아시아 강호라는 막연한 자만을 걷어냈다. 그 결과 한국은 준우승이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며 끈끈해지는 힘을 얻었다.
8월 동아시안컵에서는 상대를 높이고 우리를 낮추는 전략으로 선수들의 부담을 덜어줬다. 개최국이었던 첫 상대 중국전을 앞두고 "중국이 우승후보다"라는 말로 우리 선수들의 자존심을 자극해 투지를 불어넣었다.
감독의 말은 선수들에게는 곧 영양제였다. 이재성(전북 현대)은 중국전 당시 이야기를 꺼내며 "감독님이 언론에는 중국이 우승후보라고 말을 했지만 '실은 너희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함이었다'고 하시더라. 그 말을 들으니 뛸 자신이 더 생겼다"라고 전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선수들의 등급을 매기려 하지 않았던 것은 수평적 소통의 상징이었다. 누구라도 컨디션만 좋으면 뛸 시간을 부여해 대표팀 전체적인 긴장감을 높였다. 이 역시 긍정적인 효과로 작용했다. 쿠웨이트 원정에서 2-0 승리 후 자메이카전에 선발로 나선 선수들 면면은 확 바뀌었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이들을 소위 벤치 멤버로 표현하는 'B팀'으로 부르지 않았다.
선수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서로 떠들게 하는 지휘 방식도 효과를 봤다. 왼쪽 풀백 김진수(호펜하임)는 "쿠웨이트전 벤치에서 (박)주호 형의 플레이를 유심히 지켜봤다. 질투보다는 나도 저렇게 뛰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선수들도 자기 포지션에서의 동료가 뛰는 모습을 보며 그런 생각들을 한 것 같다. 미팅에서 감독님이 물어보면 스스럼없이 자기 생각들을 이야기하더라"며 팀 공동으로 문제점을 찾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효과적이었다고 말했다.
외부의 시선도 비슷했다. K리그 A팀의 B감독은 자메이카전을 본 뒤 적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 받는 오른쪽 풀백을 예로 들며 "주인을 찾지 못했다기보다는 경쟁을 극대화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 선수들의 몸놀림이 정말 좋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능력을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가득하더라. 슈틸리케 감독도 이런 요소들을 염두에 두고 팀을 운영하고 있지 않겠느냐"라고 느낀 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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