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나도 할 수 있다는 분위기를 만든 것이 가장 좋은 것 같은데요."
울리 슈틸리케(61) 축구대표팀 감독이 차분하게 한국 축구의 체질 개선에 집중하며 부임 1년을 보내고 있다. 13일 자메이카와의 친선경기에서 한국대표팀은 3-0으로 승리하면서 올해 치른 A매치 18경기에서 14승 3무 1패의 호성적을 거뒀다. 슈틸리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1년을 기준으로 삼으면 16승 3무 3패다. 그 가운데 무실점 경기가 17차례나 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주어진 시간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 부임 후 K리그, 일본 J리그는 물론 유소년 축구까지 세밀하게 관찰하는 등 독일인 특유의 꼼꼼함을 보여줬다.
2018 러시아월드컵으로 향하는 로드맵도 확실했다. 부임 직후 4차례 경기에서 대략적인 선수 파악을 한 뒤 지난해 12월 대표 후보군을 대상으로 제주 전지훈련을 실시해 올 1월 호주 아시안컵, 8월 중국 우한 동아시안컵에 나설 선수들의 경쟁을 유도했다. 이 과정에서 이정협(상무 상무)이라는 무명의 공격수가 대표팀 주전으로 발탁돼 슈틸리케호 황태자로 올라섰다.
제주도 전훈 멤버는 월드컵 2차 예선과 동아시안컵에서 고루 활용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 가가의 장, 단점을 파악하며 맞춤 전술을 녹여냈고 권창훈(수원 삼성), 이재성(전북 현대) 등 때마다 알찬 자원이 등장했다. 유럽파 못지않은 국내 선수들의 활약은 K리거들에게는 일종의 희망 메시지였다.
익명을 요구한 축구협회 A기술위원은 슈틸리케 감독이 국내 언론을 알차게 모니터해 대표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가 조심스럽다면서도 "한 가지는 확실한 것 같다. 누구나 대표팀에 올 수 있다는 분위기 형성이다. 이런 것들은 선수들의 긴장감을 높이는 데 쏠쏠하게 활용된다. 감독과 선수 간 신뢰 구축이 되지 않으면 만들어지지 않는 분위기다"라며 공정한 경쟁 유도가 대표팀 전력 강화에 단단히 한몫을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 슈틸리케 감독이 경기마다 찍는 선수들은 신기하게 부진에서 빠져나와 부활을 하거나 새 얼굴로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 자메이카전의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이 대표적이었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왼쪽 날개로 나선 지동원은 소위 '인생 경기'를 만들었다. 선제골을 넣었고 나머지 2골에도 모두 관여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놀라운 움직임을 보이며 부활에 성공했다.
지동원은 "슈틸리케 감독께서 선발진에 자주 변화를 시도해 선수들도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희망을 갖는다"라며 실패자로 낙인 찍기보다는 만회 가능한 무대를 마련해주는 것에 감사함을 나타냈다.
주장 기성용도 마찬가지. 팀 분위기를 누구보다 잘 파악하는 기성용은 "모두가 팀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누가 뛰어도 제 역할을 한다. 이런 것들이 큰 힘으로 작용한다"라며 개인 욕심도 헌신으로 만드는 슈틸리케 감독의 능력에 경의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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