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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문소리의 다음 영화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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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 '여배우는 오늘도' 이어 제20회 BIFF '최고의 감독'까지

[권혜림기자] 배우 문소리가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대학원 졸업 작품인 단편 영화 '최고의 감독'을 선보였다. 앞의 두 작품에 이어 자전적 주인공 소리를 통해 사소한듯 흥미로운 이야기를 풀어놨다. 이미 전작들의 완성도에 놀랐으니 덤덤하게 볼 법도 한데, 그의 영화는 이번에도 기대 이상이다. 어느덧 문소리의 단편 프로젝트가 매 영화제의 특별한 재미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지난 1일부터 열리고 있는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배우 문소리가 연출한 단편 영화 '최고의 감독'은 단편 쇼케이스 부문에 초청돼 상영됐다. '최고의 감독'은 '여배우'와 '여배우는 오늘도'에 이어 그가 세 번째로 직접 연출한 단편 영화다.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과정에서 제작한 세 편의 단편은 뛰어난 배우로만 알려져 있던 문소리에게서 기대 이상의 연출 역량을 이끌어낸 작품들이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최고의 감독'에서 문소리는 앞의 두 영화에서처럼 연출과 주연을 겸했다. 영화 작업에서 그는 매번 자신의 이름 소리를 극 중 이름으로 사용하고, 직접 겪지 않았다면 절대 알 수 없을 여배우의 일상을 소재로 삼는다. 그런 의미에서 '최고의 감독' 역시 두 전작의 연장선상에 있다.

'최고의 감독'은 배우 소리가 과거 함께 작업했던 감독의 장례식장을 찾으며 시작된다. 장례식장 앞에 주차된 승합차 안에 침울한 표정으로 앉아있던 소리는 지갑을 뒤지다 부의금으로 쓸 현금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고 운전석의 매니저에게 돈을 빌린다.

매니저는 지폐를 건네주고는 혹시 취재를 왔을지 모를 기자들을 의식하며 "메이크업도 안 하셨으니 선글라스를 쓰고 내리라"고 심드렁한 얼굴로 말한다. 아마 문소리의 단편을 처음 본 관객이 가장 먼저 웃음을 터뜨리는 대목은 이 부분일 것이다. "그 감독님을 누가 안다고 기자들이 오냐"고 반문하던 소리의 말대로, 장례식장 앞은 물론 내부도 썰렁하다.

과거 고인의 작품에 소리와 함께 출연했던, 이미 거나하게 취한 중견 배우 정락(윤상화 분)이 유일한 문상객이다. 이창동, 홍상수 등 작가주의 감독과 주로 작업한 소리가 자신이 출연한 드라마를 보지 못했다고 말하자 정락은 "TV가 유치하다는 것이냐"며 딴지를 건다.

고인과 과거사를 회상하는 대목에서도, 이 감독의 예술성을 평하는 순간에도 정락과 소리의 의견은 평행선을 달린다. 낯선 신인 배우 서영(전여빈 분)이 등장해 고인에 대한 동경과 그리움을 고백하지만, 풋내가 폴폴 나는 그의 발언들에 소리는 조소를 보낸다. 영화 속 고인을 둘러싼 허공의 말들은 약 30분 분량의 이 영화에서 때로 풍자로, 때로 직언으로 관객에게 다가간다.

스크린 속 영화인들의 모습 뒤, 그 일상의 민낯을 문소리는 총 세 편의 단편을 통해 재치있게 그려왔다. 첫 번째 단편 '여배우'는 친구들과 산에 오르던 소리가 영화사 대표(원동연 분)를 우연히 만나고, 양 쪽의 친구들이 한 자리에서 술을 마시게 되는 상황을 담는다. 홍상수 감독의 작품 속 익숙한 술자리 신을 떠올리게도 하는, 신인 감독의 연출작이라기엔 무척이나 매끄럽고 흥미로운 작품이다.

두 번째 단편 '여배우는 오늘도'의 주인공 역시 여배우 소리의 어느 날을 그린다. 엄마이자 딸이며 아내이자 며느리인, 동시에 작품 활동이 뜸한 여배우이기도 한 소리의 일상이 시쳇말로 '웃프다'. 물론 세 영화 속 주인공 소리는, 적어도 얼마만큼은 우리가 아는 그 '배우 문소리'일 것이다.

부산국제영화제의 남동철 한국영화프로그래머는 올해 관객들의 반응이 가장 뜨거웠던 초청작 몇 편을 나열하며 문소리의 단편을 꼽았다. 그는 "관객들의 반응이 정말 좋았다. 다들 몸이 뒤집어지도록 웃더라"며 "첫 관객과의 대화(GV)를 진행할 때도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했다"고 돌이켰다. 이어 "문소리 감독이 대학원 졸업을 위해 연출을 한다고 하지만 코미디 연출을 하는 재능이 보통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최고의 감독'은 문소리가 대학원 과정을 위해 마지막으로 완성한 졸업 작품이다. 이미 지난 8월 학위를 받았으니, 이제 그가 학업을 위해 연출을 할 일은 없을 듯 보인다.

엉뚱하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나는 문소리의 졸업이 아쉽다. 최근 매해 영화제마다 유쾌한 선물로 다가왔던 그의 작업물을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배우' 문소리 못지 않게 '감독 겸 배우' 문소리의 미래도 궁금하다. 이런 재능을 그냥 두긴 확실히 아깝다.

조이뉴스24 부산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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