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슈틸리케호의 진짜 경쟁이 시작됐다.
오만전을 1-0 승리로 장식한 슈틸리케호의 포지션 경쟁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 경기마다 예상을 조금씩 벗어나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흥미로운 선발진 구성으로 내부 경쟁은 치열하게 됐다.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포지션은 공격형 미드필더다. 슈틸리케 감독은 오만전에서 구자철(26, 마인츠05)를 선발로 기용했다. 지난 4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서 전반 실수 연발로 아쉬움을 남겼고 축구팬들로부터도 비판에 시달렸기에 심적 부담을 견디며 뛸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표가 붙었다.
하지만 구자철은 외적 요인들에 신경을 쓰지 않고 죽을 힘을 다해 뛰었다. 빠른 판단력과 거침없는 슈팅으로 오만의 밀집수비를 깨는 데 모든 초점을 맞췄다.
전반 추가시간 조영철(카타르SC)의 골로 구자철의 1차 슈팅이 있어 가능했다. 구자철은 비가 내려 그라운드가 젖어 있다는 점을 활용해 알 합시(위건 애슬레틱) 골키퍼 앞에서 한 번 튕겨 오르는 슈팅을 했다. 볼은 알 합시에 맞고 흘러나왔고 절묘하게 위치를 잡은 조영철이 넘어지며 골을 넣었다.
후반 12분에는 구자철의 절실한 마음이 그대로 드러났다. 김진수(호펜하임)가 왼쪽 측면에서 연결한 가로지르기를 헤딩한 것이 알 합시의 선방에 막혔다. 아쉬움이 컸는지 구자철은 왼쪽 골대를 사정없이 걷어차며 분풀이를 했다.
공격포인트는 없었지만 슈틸리케 감독의 믿음에 부응한 것은 고무적이다. 앞으로 비중과 압박감이 더 커지는 경기를 견디려면 구자철의 경험이 팀에 녹아야 한다. 구자철은 2011 카타르 대회에서 5골을 넣으며 득점왕에 오른 바 있다. 큰 경기에 강한 실력을 더 보여줘야 한다.
구자철의 상승세는 '슈틸리케의 황태자'로 불린 남태희(레퀴야)에게도 큰 자극이다. 남태희는 이날 김창수(가시와 레이솔)가 전반부터 부상당하고 이청용(볼턴 원더러스)도 후반에 부상으로 교체카드를 소진하면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래도 컨디션이 좋아 경기 상대와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꺼낼 수 있다.
중앙 미드필더도 더욱 재미있게 전개되고 있다. 기성용(스완지시티)의 파트너로 박주호(마인츠05)가 나오고 왼쪽 풀백으로 김진수가 투입됐다. 대인방어 능력이 좋은 한국영(카타르SC)이 기성용과 짝을 이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멀티플레이어 박주호를 꺼냈다.
박주호는 기성용을 돋보이게 조용히 청소부 역할을 했다. 기성용이 수비 앞에서 조율하도록 앞선에서 미리 상대와 경합하며 공간을 만들어줬다. 숨은 MVP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제 몫을 충분히 해줬다.
중앙 수비의 김주영(상하이 둥야)도 수차례 페널티지역 안에서 위기 상황을 빠른 볼 처리로 극복하는 데 앞장섰다. 김주영의 급부상은 2014 브라질월드컵까지 주전이었던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의 마음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8강 이후를 바라보는 대표팀이 입장을 고려하면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는 희망을 품는 것이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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