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절대적인 존재감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증명한 기성용(26, 스완지시티)이다.
기성용은 10일 오후 호주 캔버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호주 아시안컵 본선 A조 조별리그 오만과의 1차전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다.
지난 4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는 소속팀 스완지 시티의 리그 일정으로 뒤늦게 대표 합류해 출전하지 않고 휴식을 취했다. 당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박주호(28, 마인츠05), 한국영(25, 카타르SC) 조합으로 기성용 부재 시의 플랜B를 점검했다. 후반에는 박주호를 원 포지션인 왼쪽 풀백으로 돌리고 이명주(25, 알 아인)를 넣어 점검했다.
사우디전은 결과적으로는 썩 만족스럽지 못한 시험이었다. 기성용이 빠지자 공격 전개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기성용이 주장 완장을 차고 오만전에 나서면서 왜 자신이 필요한 지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줬다. 오만이 뒤로 물러서서 수비적으로 나오면 적극적으로 파고들어 공간을 만드는데 주력했다. 공격이 잘 풀리지 않으면 수비 진영에서 직접 볼을 잡아 전진하며 빌드업을 시작했다.
오만은 기성용을 잘라내기 위해 두세 명이 협력 수비로 방어했다. 그럴수록 기성용은 동료를 이용한 협력 플레이로 극복하는 여유로움을 보여줬다. 때로는 수비 뒷공간으로 롱패스를 시도해 순식간에 문전 공격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풍부한 경험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기성용이 경기를 잘 풀어내면서 좌우 측면을 활용하는 한국 공격의 활력이 살아났다. 앞선의 손흥민(23, 레버쿠젠)과 이청용(27, 볼턴 원더러스)도 패스의 방향에 따라 자유롭게 자리를 바꿔가며 오만 수비를 흔들었다. 전반 종료 직전 터져나온 조영철의 선제골로 1-0으로 앞선 뒤에는 볼 소유 시간을 길게 가져가며 오만의 애간장을 태웠다.
기성용의 포지션 파트너는 박주호였다. 박주호와 적절히 역할 분담을 하며 중앙 수비 앞에서 1차 저지선 역할도 충실히 수행했다. 박주호가 좌우로 움직이며 기성용의 부담을 줄여줬다. 동료들의 효율적인 움직임까지 이끌어낸, 중원에서의 듬직한 활약이었다.
스완지 시티의 게리 몽크 감독은 기성용을 최대한 늦게 A대표팀에 합류시키기 위해 대한축구협회에 협조까지 부탁했다. 몽크 감독의 심정을 충분히 알 수 있을 정도로 기성용의 묵직한 존재감을 확인한 경기였다. 어쩌면 1월 내내 기성용을 기다려야 할 지도 모르는 몽크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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