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국가대표가 되자마자 전화가 오더군요."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전지훈련을 하며 2015 아시안컵을 준비하는 축구대표팀 28명에는 다문화가정 출신 강수일(27, 포항 스틸러스)이 포함됐다. 1998 프랑스월드컵 최종엔트리에 들었던 장대일(39) 이후 두 번째 다문화가정 출신 축구 국가대표다.
강수일은 2007년 인천 유나이티드를 통해 K리그에 입문해 2011년 제주 유나이티드로 옮겨 박경훈 전 감독으로부터 많은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확실한 한 방을 갖추지 못해 움츠리고 있다가 올해 포항 스틸러스로 임대됐다.
포항에서는 역대 개인 최다 공격포인트인 6골 3도움을 기록했다. 여전히 갈 길이 먼 강수일이지만 포항에서 한 단계 성장한 것은 확실했다. 다음 시즌 다시 제주로 복귀할 것이 확실한 상황이다.
강수일의 목표는 분명하다. 이번 대표팀이 유럽, 중동파가 빠진 국내파 중심의 테스트용 선발이라는 상황논리에 상관없이 국가대표가 된 이상 태극마크를 지속적으로 달겠다는 것이다. 그는 16일 서귀포 시민축구장에서 열린 훈련에서도 "국가대표 훈련복을 어제(15일) 처음 입어봤는데 잘 어울리는 것 같더라. 다시는 벗지 않을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강한 욕심을 드러냈다.
국가대표로 성장한 강수일을 바라보는 박경훈 전 제주 감독은 감회가 남달랐다. 지난 3일 제주 사령탑에서 전격적으로 내려온 박 감독은 16일 짐 정리와 팬들과의 만남을 위해 서귀포를 찾았다가 취재진과 만났다.
국가대표 엔트리가 발표된 뒤 강수일로부터 보은의 전화 한 통을 받았다는 박 감독은 강수일을 제주로 영입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강수일은 신체조건이 너무나 좋았다. 다만, 골 결정력이 아쉬웠다. 결정력만 향상시키면 정말 좋은 공격수다. 그런 점에서 강수일을 업그레이드 시켜놓은 포항 황선홍 감독이 대단하다"라고 말했다.
제주 시절 강수일은 선수들로부터 '여명(黎明)'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고 한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공식 스폰서인 한 숙취해소 음료 기업이 양쪽 골대 옆 A보드에 새긴 상품명이 '여명'인데, 강수일의 슈팅이 골대 안이 아닌 옆으로 자꾸 향해 생긴 별명이라는 것이다. 슈팅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을 빗댄 별명이다.
그래도 강수일을 눈여겨 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박 감독의 이야기다. 그는 "(강)수일이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행동을 하더라. 예를 들어 후반 선수 교체 시점이 다가와 몸을 풀고 있는 선수들을 바라보면 적극적인 동작을 취하면서 자신을 어필한다. 미워할 수 없는 선수다"라고 설명했다.
슛이 부정확해 '여명'으로 불렸던 선수가 국가대표가 됐으니 박 감독 입장에서는 만감이 교차하는 것이 당연했다. 박 감독은 "다문화가정 출신 선수를 꼭 키워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그래서 인천에서 강수일을 영입했다. 자기 힘으로 어머니께 집도 장만해드리고 인성이 참 좋은 친구다. 국가대표로 잘 해주기를 바랄 뿐이다"라며 행운을 빌었다.
강수일은 이날 이틀째 훈련에서 열띤 동작으로 몸을 만든 뒤 미니게임에서는 중앙과 측면을 자유롭게 오가며 공격 재능을 보여줬다. 다문화가정 출신의 상징이자 이제 그야말로 '여명(희망의 빛)'이 된 강수일이 제주 훈련 남은 닷새 동안 슈틸리케 감독의 눈에 들어 아시안컵 대표팀 '깜짝 발탁'이라는 결실을 이뤄낼 수 있을지 모든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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