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요르단전에서 국가대표 첫 골맛을 본 한교원(24, 전북 현대)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의도가 명확하게 확인된 작품이다.
한국은 15일 새벽(한국시간) 요르단 암만에서 열린 요르단과의 친선경기에서 전반 34분 터진 한교원의 결승골로 1-0으로 승리했다. 슈틸리케호 출범 후 첫 원정 경기이자 내년 1월 호주 아시안컵에서 같은 조에 속한 오만, 쿠웨이트를 염두에 뒀던 요르단전이라는 점에서 결과는 긍정적이다.
요르단은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당시 일본을 홈에서 2-1로 꺾는 등 절대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한국이 중동 원정에서 늘 애를 먹었던 점을 고려했을 때 이날 승리는 더욱 의미 있었다.
결정력이 필요한 순간에 골이 터져나와 원정경기 승리에 대한 부담을 덜어줬다. 특히 그동안 비주전으로 꼽혔던 이들이 활약을 해줬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결승골을 넣은 한교원이 상징적이다.
한교원은 이날 A매치 네 번째 경기만에 데뷔골 맛을 봤다. 한교원이 나선 오른쪽 윙어 자리는 이청용(볼턴 원더러스)이라는 부동의 주전이 버티고 있다. 또는 남태희(레퀴야), 이근호(엘 자이시) 등도 뛸 수 있는 자리다. 이날은 한교원이 선발 출전했고, 이청용은 후반 교체 멤버로 나섰다.
한교원이 격전지에서 골을 넣으며 존재감을 과시했다는 점은 향후 대표팀 경쟁 체제에서 밀려나지 않을 가능성을 엿보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사실 한교원은 어렵게 대표팀 기회를 얻은 인물이다. 그의 축구 인생 자체가 힘겨웠다. 그리 주목받지 못한 조선이공대 출신이었지만 허정무 감독의 눈에 띄어 2011년 인천 유나이티드에 입단했고 오른쪽 날개로 입지를 구축했다. 올해 전북으로 이적한 뒤에는 확실하게 날개로 활용되며 더욱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9월 배네수엘라전에서 대표선수로 데뷔했던 한교원은 10월 파라과이-코스타리카 2연전은 예비엔트리에 들어 있었다. 하지만 구자철(마인츠05)과 김진수(호펜하임)의 부상으로 조영철(카타르SC), 장현수(광저우 부리)와 함께 대체선수로 발탁됐다. 슈틸리케호 1기에 승선한 것 자체가 행운이 따랐던 것이다.
두 경기에서 30여분 정도만 소화해 자신의 장기인 돌파를 보여줄 기회가 적었지만 슈틸리케 감독의 머릿속에는 강한 인상을 남겼다. 전북에서도 꾸준히 출전하며 경기력을 보여줬고 이번 중동 원정 대표팀에 재발탁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요르단전에서도 한교원은 자신의 장기를 그대로 표현했다. 전반 중반 세 명의 수비수와의 몸싸움을 이겨내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마다 그동안 중용되지 못했던 선수들을 과감하게 기용하며 새로운 자원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파라과이전에서는 남태희가 신데렐라로 등장했고 요르단전까지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김민우(사간도스)나 김주영(FC서울) 등도 마찬가지다. 김민우는 요르단전에서 약점인 높이를 빠른 공간 이동과 슈팅으로 극복했다. 부상으로 선발되지 못했지만 김주영은 강력한 대인방어로 기존 자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공격진에서 기존 주전들이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해 다소 애를 먹었지만 숨은 재능들을 하나씩 발굴해내고 있다.
'제로베이스'에서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하고 있는 슈틸리케 감독은 매 경기 스타를 만들고 있다. 당연히 선수층까지 두꺼워지는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내년 1월 아시안컵을 앞둔 대표팀의 생존 및 주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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