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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석주의 '821일', 비참했고 또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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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석주 감독, 2년여 동안 전남을 탄탄한 팀으로 만들어놓고 사임

[최용재기자] 전남 드래곤즈 사령탑으로서의 하석주 감독의 인생이 정지선에 섰다.

지난 2012년 8월13일, 전남은 정해성 감독 사임에 이은 후임으로 하석주 감독 선임을 발표했다. 그리고 2014년 11월12일, 전남은 하석주 감독의 사임을 공식 발표했다.

하석주 감독은 그렇게 전남과 함께 한 821일을 정리했다. 전남에서의 하석주 감독의 821일, 돌이켜보면 참 비참했다. 그리고 아름다웠다. 비참하게 시작해 아름답게 끝났다.

◆강등권 감독의 비참한 삶

2012년 8월, 하석주 감독은 위기의 전남을 구하기 위해 전남의 지휘봉을 잡았다. 하 감독이 부임할 시기, 전남은 리그 '꼴찌'였다.

전남이 2부 리그로 강등할 수 있는 위기에 놓여 있었던 것이다. 기업 구단으로서의 자존심이 망가질 대로 망가진 상태였다. 하 감독은 당연히 이런 팀 사정을 알고 감독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힘든 일인지 알면서도 뛰어들었다. 막상 뛰어드니 생각보다 더욱 힘들었다.

강등에 대한 부담감, 강등되지 않아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았다. 지인들과 연락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도 그만뒀다. 오직 전남 살리기에만 몰두했다. 살은 빠져 몰골은 엉망이 됐고, 건강도 악화돼 약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한 마디로 비참했다. 비참한 삶이었다.

자신은 비참했지만 어린 전남 선수들 앞에서 티를 내지 않았다. 강등권까지 떨어진 성적에 대해 선수들을 탓하지 않았다. 어린 선수들을 질책하지도 않았다. 강등에 대한 압박도 하지 않았다. 강등권이었지만 전남의 분위기가 좋아질 수 있었던 이유였다.

하 감독은 자신이 모든 것을 감당해내며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하 감독은 팀 분위기마저 좋지 않으면 벼랑 끝에 몰려 떨어질 수 있다고 판단해, 팀 분위기만큼은 끝까지 지켜냈다.

이런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전남은 강등권에서 빠져 나왔다. 하 감독은 부임 후 8승6무3패라는 좋은 성적을 내며 전남을 리그 11위로 끌어올렸다. 전남은 1부 리그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팀을 위기에서 구한 능력을 인정받아 하 감독은 전남과 2년 재계약에 성공했다.

◆다크호스 감독의 아름다운 삶

2013년 전남은 큰 위기를 격지 않았다. 하위권에 있었지만 강등에 대해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젊은 선수들이 주축인 전남은 미래의 팀이었다. 그 가능성으로 1년을 버텼다. 그리고 그 전 해보다 발전한 모습을 보였다. 2013년 하 감독의 두 번째 시즌에 전남은 10위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2014시즌, 하 감독은 반란을 준비했다. 더 이상 전남이 하위권에 처져 있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전남도 상위권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기존의 젊은 선수들이 건재했고, 여기에 스테보, 현영민 등 베테랑 선수들을 영입했다. 특급 신인 안용우도 하 감독의 자신감을 드높이게 만들었다.

전남은 '돌풍의 팀'으로 변모했다. 시즌 초반 K리그 클래식 2위까지 뛰어 올랐다. 더 이상 하위권 전남은 없었고, 2014 시즌 최고 '다크호스' 팀으로 거듭났다. 이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전북 현대, FC서울 등 강호들을 격파하는 것이 현실이 됐다.

하 감독이 '공격 축구'를 천명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 감독은 그 어떤 상대, 최강 공격력의 전북을 만나서도 맞불을 놓았다. 수비 축구로는 승리를 할 수도, 팬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도 없었다. 그래서 하 감독은 과감하게 공격 축구를 시도했고, 전남의 공격력에 상대들은 무너졌다. 한때 이종호가 K리그 클래식 득점 1위를 달렸고, 이종호와 스테보까지 전남에는 10골 이상 넣은 선수가 2명이나 됐다. 전남의 달라진 공격력을 말해주고 있다.

강등 걱정이 아니라 얼마나 올라가느냐를 고민하던 전남에 위기가 왔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이었다. 전남은 이종호, 안용우, 김영욱 등 주전 3명이나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내줘야 했다. 주축 멤버들이 빠진 사이 전남은 하락세를 겼었다. 전남은 이들 없이 6경기를 치렀다. 그 기간 성적은 1승1무4패, 초라했다.

순위도 떨어졌고, 이제는 6위까지 포함되는 상위 스플릿에 드는 것을 걱정해야 했다. 그리고 전남은 끝내 상위 스플릿에 진출하지 못했다. 중요한 찰나 나온 오심 논란도 전남에 큰 상처를 줬다. 다크호스 팀으로 올 시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전남이 마지막에 웃지 못한 것이다.

하 감독은 쓰라렸다. 하지만 후회는 없었다. 팬들이 즐거워하는 재미있는 공격 축구를 시도했고, 다크호스 팀으로 K리그를 시원하게 흔들어도 봤다. 상위 스플릿에는 들지 못했지만 만년 하위권이라는 인식을 깨버린 것 역시 하 감독의 작품이었다. 하 감독이 이끄는 전남은 그 누구도 만만히 볼 수 없는 팀이 됐다.

전남은 이런 상과를 인정해 하 감독에게 2년 계약 연장을 제의했다. 하지만 하 감독이 정중하게 거절했다. 하 감독은 전남을 떠나기로 마음을 먹었다. 갑자기 내린 결정이 아니다. 올 시즌 초부터 마음 속에 품고 있었던 일이었다. 이유는 가족이었다. 자신을 열정적으로 보필한 노상래 수석코치에게 지휘봉을 넘기고 하 감독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다.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 아픈 아내와 세 아들, 하 감독은 가족과 더 이상 떨어져 지낼 수 없었다. 하 감독은 그동안 기러기 아빠였다. 이제는 전남이 아닌 가족을 지키기 위해 떠난다. 전남에 변화의 틀을 만들어놨기에, 하 감독도 조금은 마음 편하게 떠날 수 있었다. 전남이 엉망인 상황이었다면 떠나지 못했을 것이다. 섭섭하지만 하 감독은 전남과의 아름다운 이별을 선택했다.

하 감독은 조이뉴스24와의 전화통화에서 "물론 섭섭하다. 전남을 떠나는데 섭섭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하지만 미련 없이 떠나려고 한다. 지금은 나의 가족이 더 중요하다. 당분간 프로팀 감독은 하지 못할 것 같다. 아주대 감독으로 갈 수도 있지만 확정된 것은 아니다. 감독을 하더라도 가족들과 가까운 곳에서 감독을 할 수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 노상래 코치가 앞으로 나보다 더 잘해낼 것"이라며 담담하게 전남과 이별을 고했다.

전남을 이끌던 하석주 감독의 821일은 그렇게 끝났다. 처음 팀을 맡을 때는 비참했지만 모든 것을 감내하고 이겨내 아름다운 모습으로 떠나는 하석주 감독이다. 섭섭하지만 아름답게 떠나는 하석주 감독의 모습에 감사하다. 그리고 이것이 영원한 이별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

조이뉴스24 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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