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결국 불펜싸움이다.
1차전 넥센 히어로즈 승리의 원동력은 튼튼한 '뒷문'이었다. 적지인 대구, 삼성의 안방인 시민구장에서 열린 4일 한국시리즈 1차전은 역시 양팀 선발투수들의 팽팽한 역투, 고비에서 터진 홈런포로 승부가 갈렸다. 또 하나의 요인을 든다면 넥센 불펜의 든든한 뒷문 잠그기였다.
◆승리공식 완벽 적중
선발 밴헤켄이 '예정대로' 6이닝 동안 공 96개를 던지고 내려가자 필승조 조상우가 먼저 등판했다. 2-2 살얼음판 같은 동점 상황에서 등판한 조상우는 시속 150㎞에 육박하는 묵직한 쇠직구를 앞세워 삼성 타선을 농락했다.
8회까지 2이닝 동안 상대한 6타자 가운데 3명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무안타 무사사구 퍼펙트 투구를 펼쳤다. 8회초 강정호가 좌월 투런홈런을 치자 4-2로 앞선 9회말 등판한 마무리 손승락은 2사 뒤 채태인에게 좌전안타를 내줬지만 마지막 타자 박석민을 포수 파울플라이로 잡고 경기를 끝냈다.
넥센의 필승공식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경기였다. 선발투수의 역투, 중심타선의 홈런, 그리고 불펜의 철통같은 마무리로 이어진 깔끔한 승리였다. 넥센으로선 또 다른 필승조의 일원인 한현희를 아끼고도 1차전을 잡은 점이 고무적이다.
조상우가 1차전서 공 25개를 던진 점을 감안할 때 5일 열리는 2차전에선 한현희가 조상우의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또는 LG와의 플레이오프 기간 중 염경엽 감독이 선보였듯 손승락이 긴박한 순간 먼저 투입되고, 한현희가 경기를 매조지할 수도 있다.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보직을 바꾸며 상대 타선의 예봉을 꺾는 전략을 한국시리즈에서도 예상해볼 수 있다.
◆2차전 향방의 '키'도 역시 불펜
하지만 염 감독은 경우에 따라서는 조상우도 내세울 수 있다는 방침이다. 염 감독은 "한현희를 아낀 건 연장승부까지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2차전에서도 필승조는 그대로 운영한다. 6일이 휴식일이기 때문에 (조)상우도 나갈 수 있다. 상우한테는 경험이기 때문에 내일 상황이 되면 등판할 것이다"고 말했다.
2차전도 팽팽한 투수전 양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양팀 선발인 핸리 소사와 윤성환 모두 퀄리트스타트가 예상되는 선수들이라는 점에서 이번에도 승부의 키는 불펜이 쥘 것을 보인다. 소사가 6이닝 정도를 책임져준다면 곧바로 한현희(조상우), 손승락을 투입해 경기를 매조지한다는 게 넥센의 복안이다.
정규시즌 동안 한현희는 삼성전 9경기(12.2이닝)에 등판, 1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3.55를 기록했다. 조상우는 4경기(4.1이닝) 6탈삼진 2피안타 2볼넷 무실점으로 돋보였다. 손승락이 7경기(6.2이닝) 10피안타 5실점으로 다소 부진했지만 전체적으로 넥센 불펜은 삼성 타선을 효과적으로 봉쇄했다.
염 감독은 시리즈가 장기전으로 흐를 경우 넥센이 불리하다고 평가했다. 선발진이 3인 로테이션이고, 불펜의 부하가 걸릴 경우 우승이 쉽지 않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가능하면 적은 경기수로 시리즈를 끝내야 정상에 설 수 있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1차전 승리의 여운이 사라지기 전에 대구서 원정 2연승까지 거둘 작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1차전서 효과를 본 승리 공식이 다시 한 번 맞아떨어져야 한다. 결국 2차전의 향방도 넥센 '불펜 트로이카'가 얼마나 역투를 해주느냐에 달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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