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왜 레버쿠젠이 손흥민(22)의 인천 아시안게임대표팀 차출을 반대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손흥민은 13일 오전(한국시간) 독일 레버쿠젠 바이 아레나에서 열린 2014~2015 시즌 3라운드 베르더 브레멘과의 경기에서 후반 28분 정규리그 첫 골을 터뜨렸다. 2-2 동점 상황에서 넣은 골이라 결승골이 될 수 있었지만 이후 레버쿠젠은 브레멘에게 실점하며 3-3으로 비겼다.
여러가지로 손흥민에게는 경기 출전 자체가 악조건이었다. 국내 귀국해 지난 5일 베네수엘라, 8일 우루과이와의 A매치를 치른 뒤 곧바로 장시간 이동해 팀에 합류했다. 피곤한 상황이라 로저 슈미트 감독은 손흥민을 이날 경기 선발 명단에서 빼고 벤치에서 시작하게 했다. 장거리 이동 후 첫 경기는 몸이 무거워 교체 출전을 하는 경우가 많다. 손흥민도 그런 경우에 해당했다.
손흥민이 빠진 레버쿠젠 공격진은 슈테판 키슬링을 중심으로 하칸 찰하노글루와 카림 벨라라비가 풀어나갔지만 속도있는 전개는 되지 않았다. 결국, 1-2로 뒤진 상황에서 후반 손흥민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손흥민이 넓게 공간을 이동하면서 상대 수비진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효과로 이어졌고 18분 찰하노글루가 2-2를 만드는 골을 넣었다.
이후 손흥민은 28분 환상적인 움직임으로 골을 터뜨려 레버쿠젠의 중요한 공격 옵션임을 보여줬다. 오른쪽에서 틴 예드바이가 낮게 패스를 했다. 곧바로 슈팅하기에는 각도가 나오지 않았다. 뒤쪽에 수비수가 버티고 있었던 것도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그러나 재치 넘치는 손흥민은 볼을 받은 뒤 오른쪽으로 빠르게 돌아섰다. 수비수가 당황할 정도의 움직임이었다. 손흥민은 수비수가 다가서기 전에 힘있게 왼발 슈팅을 했고 볼은 브레멘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급박한 상황에서도 안정감 있는 볼 다루기와 정확한 슈팅을 할 능력이 있음을 보여준 결과였다. 첫 번째 터치에서 볼이 다소 멀리 떨어졌지만 당황하지 않고 빨리 다가서서 지체없이 슈팅을 했다. 머뭇거릴 이유가 없었던, 손흥민 만의 빠른 결단력으로 만들어낸 골이었다. 평소 기본기를 철저하게 연습해 슈팅은 상당히 정확했다. 또, 넣어야 할 때 넣는 킬러 본능을 그대로 표현했다.
팀이 비기기는 했지만 손흥민이 왜 레버쿠젠에 필요한지를 증명하는 골이었다. 손흥민이 아시안게임대표팀에 차출 됐다면 레버쿠젠 입장에서는 이날 브레멘전을 치르는데 상당한 애로가 있었을 것이라는 것을 알게 한 골이었다.
레버쿠젠은 오는 17일에는 AS모나코(프랑스)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을 치러야 한다. 시즌 초반 손흥민이 팀에 절실하게 필요한 존재임을 스스로의 능력으로 보여주고 있어 다음 경기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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