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2014 시즌을 앞두고 최용수 FC서울 감독은 자신을 '도전자'라고 표현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서울은 K리그에서 항상 '우승 후보'였다. 화려한 스쿼드를 자랑한 서울이었다. 특히 서울의 가장 큰 장점은 스쿼드의 변화 없이 오랫동안 같은 멤버로 전력을 구축하며 최강의 조직력을 갖춘 것이었다. 변함 없이 꾸준한 막강 스쿼드, 그렇기에 서울은 항상 우승 후보로 꼽혔다.
그런데 올 시즌 서울에 변화가 생겼다. 그 막강한 스쿼드에 구멍이 난 것이다. 3년 연속 K리그 득점왕을 차지했던 데얀이 중국 슈퍼리그로 이적했다. 캡틴 하대성 역시 중국으로 떠났고, 수비의 핵 아디는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서울의 화려한 스쿼드에서 핵심 멤버 3명이 이탈한 것이다.
최용수 서울 감독이 정상에서 내려와 몸을 낮추며 도전자로 입장이 바뀐 이유다. 데얀, 하대성, 아디의 공백 때문이다. 핵심 멤버 3명의 이탈은 감당하기 힘든 현실이었다. 이들을 대체할 만한 특급 선수들을 영입한 것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올 시즌 서울에 대한 기대감도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시즌 초반 서울은 허덕였다. K리그 클래식에서 하위권을 맴돌며 특급선수 3명이 빠져나간 공백을 절실히 실감했다. 최용수 감독은 이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노력했지만 노력만큼 결실을 얻지 못했다. 시즌 초반 내세운 스리백도 강렬하지 못했다. 구식 전술이라며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골은 넣지 못했고 수비는 흔들렸다. 이렇게 최 감독과 서울은 시행착오를 반복했다.
예상됐던 현상이었다. 어떤 명장이라고 해도 핵심 선수 3명이 빠진 상황에서 예전과 같은 경기력을 금방 만들 수는 없었다. 최 감독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어필했다. 그런데도 부진한 서울을 향해 데얀, 하대성, 아디가 없으니 힘을 쓰지 못하는 팀이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왔고, 또 최 감독의 지도력과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이 나돌기에 이르기도 했다.
그런데 시행착오의 반복을 통해 서울은 점차 강해졌다. 시간이 갈수록 데얀, 하대성, 아디가 없어도 서울은 경쟁력 있는 팀으로 변모했다. 서울의 스리백도 자리를 잡아갔다. 구식 전술이라고 여기던 스리백이 2014 브라질 월드컵을 통해 최고 아이템이 됐다. 서울의 스리백도 그렇게 더욱 탄력을 받았다. 그러자 서울은 K리그의 강호, 아시아 정상에 도전하는 팀으로 다시 거듭나기 시작했다. 최 감독의 지도력과 리더십은 의구심에서 서서히 찬사로 바뀌었다.
서울은 현재 K리그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팀이다. K리그에서 3개 대회를 모두 참가하는 유일한 팀이 됐다. 서울은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올랐고, FA컵 역시 4강에 진출해 있다. K리그 클래식에서는 7위로 밀려나 있지만 6위 울산과 승점 차가 2점밖에 안된다. 상위 스플릿 진출을 노리고 있는 서울이다.
올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그 누구도 서울의 이런 성적은 예상하지 못했다. 특히 서울이 다시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오를 것이라는 예상은 쉽게 하지 못했다. 데얀, 하대성, 아디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서울은 지난해에 이어 다시 4강에 올랐다. K리그 클럽 중 챔피언스리그 4강에 유일하게 살아 남았다. 최 감독의 전술, 리더십, 배짱, 그리고 무엇보다 시행착오를 통한 전력 재구축이 만들어낸 결실이었다.
자신을 도전자라고 밝힌 최 감독. 이제 더 이상 도전자가 아니다. 도전자에서 깨어났다. 도전자를 넘어 이제 다시 정상권에서 군림하는 서울이 됐다. 도전자가 아니라 K리그 클래식, 또 아시아 모든 클럽들이 두려워하는 서울로 거듭났다. 데얀, 아디, 하대성이 없는데도 서울은 그렇게 됐다. 최 감독의 힘, 독수리의 비상이다.
특급 선수들이 빠져나갔지만 조직력과 하나 된 힘, 그리고 시스템 변화로 그 공백을 메웠다. 이제 그들의 공백은 크게 느낄 수 없다. 그들이 없는 서울은 약해진 듯했지만 면모를 일신해 새로운 강팀으로 거듭났다. 서울은 지금 완벽히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했고, 그 시스템의 힘이 최 감독을 다시 정상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위치로 올려놓았다.
최 감독이 부정한다고 해도 정상에서 군림하던 서울의 모습은 그대로다. 도전자의 위치는 이미 벗어던진 것이다. 특급 선수가 없는 상황에서 다시 정상으로 향하는 서울. 최 감독에 대한 진정한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소위 화려한 '스쿼드 빨'이 아니었다. 최 감독의 지도력이 올 시즌을 통해서 더욱 환하게 빛나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 최 감독의 지도력에 의구심을 품기는 힘들어졌다. 과정과 결과로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포항전 승리로 챔피언스리그 4강이 확정된 후 최 감독은 "특급 선수들이 팀을 떠나면서 힘든 시즌이었다. 사실 이럴 때 진정한 지도자의 능력을 평가 받을 수 있다. 힘든 전반기를 보냈지만 선수들을 끝까지 믿었다. 시스템 변화 속에서 많은 착오로 인해서 결과가 좋지 않았다. 선수들에게 고개를 못들 정도였다. 하지만 진정한 서울의 모습은 항상 8, 9, 10월에 나온다. 초반에는 힘들었지만 마지막에 어떤 결과가 나올 지 모를 일이다.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진짜 서울의 모습이 나오고 있다고 만족했다.
K리그에서 유일하게 3개 대회 모두 치르는 서울. 도전자 입장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기에 최용수 감독은 더 이상 도전자가 아니다. 아시아, K리그의 '강호 유전자'를 복원시킨 최용수 감독, 그는 3개 대회 우승 후보 서울의 감독이다. 다시 도전 받는 입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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