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돌부처' 오승환(32, 한신)이 남다른 정신력을 드러내며 만루 위기를 넘겼다.
오승환은 1일 요코하마와의 경기에서 4-4로 맞서던 9회초 등판해 안타 2개와 볼넷 1개를 내주며 만루에 몰렸으나 실점없이 이닝을 마쳤다. 한신이 연장 10회말 5-4 끝내기 승리를 거뒀으나 오승환이 팀 승리에 발판 하나를 놓은 셈이다. 동점 상황에서 등판한 것이라 세이브를 추가하지는 못했지만 평균자책점을 2.03에서 1.98로 끌어내린 성과는 있었다.
위기는 있었지만 오승환의 탈삼진 능력이 빛난 경기였다. 오승환은 첫 타자 가지타니 다카유키를 몸쪽 시속 148㎞짜리 빠른공으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이어 토니 블랑코에게는 바깥쪽 139㎞짜리 커터를 던져 역시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투아웃을 잡아낸 다음부터 위기가 찾아왔다. 쓰쓰고 요시토모에게 내야안타, 아롬 발디리스에게 볼넷, 야마자키 노리하루에게 우전안타를 내주며 만루에 몰린 것. 그러나 오승환은 구로바네 도시키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스스로 불을 껐다. 높은 코스의 147㎞ 빠른공에 구로바네의 방망이가 헛돌고 말았다.
3개의 삼진이 모두 헛스윙 삼진이라는 점에서 오승환의 구위를 짐작할 수 있다. 빠른공으로 2개, 커터로 1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시속 150㎞를 넘나드는 빠른공의 위력은 여전하고, 커터의 완성도는 높아졌다. 그것이 바로 오승환이 25세이브로 센트럴리그 구원 단독 선두를 달리는 원동력이다.
그러나 오승환의 최대 장점은 그의 정신력에 있다. 2일 일본 산케이스포츠의 보도에 따르면 오승환은 삼진으로 만루 위기를 넘긴 뒤 "자신있는 공으로 승부했다. 타자도 긴장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말에 오승환의 남다른 정신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투수는 위기를 맞으면 긴장할 수밖에 없다. 특히 팀의 승패가 결정나는 상황에서 등판하는 마무리 투수들은 더욱 그렇다. 그러나 그런 상황에서는 타자도 긴장하게 마련이다. 위기 상황에서의 투타 대결은 투수와 타자, 누구의 담력이 더 큰가의 싸움이기도 한 것이다.
오승환은 위기 속에서도 상대의 심리를 읽으며 가장 자신 있는 공을 던지겠다는 선택을 했다. 오승환의 선택은 '돌직구'였고, 상대는 오승환의 생각대로 긴장하고 있던 것인지 배트로 허공을 가르며 삼진으로 물러났다. 돌직구의 위력도 대단했지만, 오승환이 가진 특유의 강한 정신력이 만들어낸 위기탈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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