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삼성 라이온즈는 롯데 자이언츠를 상대로 치른 이번 주중 3연전을 모두 쓸어담았다. 타석에서는 3연타석 홈런을 기록한 이승엽, 이틀 연속 짜릿한 홈런 손맛을 본 채태인, 6번 타순에 나와 상하위 타선 연결고리 노릇을 톡톡히 한 박한이 등이 수훈갑으로 꼽혔다. 마운드에서는 선발로 제 역할을 한 릭 벤덴헐크와 윤성환 그리고 2세이브를 챙긴 임창용 등이 제몫을 했다.
여기에 한 선수의 이름도 추가할 수 있다. 주인공은 지난 23일 경기서 선발 장원삼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김현우다. 당시 그는 2.2이닝 동안 1피안타 2볼넷 무실점으로 롯데 타선을 틀어막았다. 장원삼이 일찍 무너져 초반 3-7로 뒤졌던 삼성은 김현우가 호투하는 사이 추격전을 펼쳤고 결국 롯데에게 15-12로 역전승을 거뒀다. 김현우는 팀이 연승을 이어가는데 디딤돌 노릇을 해낸 것이다.
김현우는 '퓨처스(2군)리그 오승환'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올 시즌 일본프로야구로 진출한 오승환(한신)은 삼성 시절 묵직하고 빠른 직구를 앞세워 국내 최고의 마무리로 명성을 떨쳤다. 김현우도 직구 구속이 빠른 편이다. 구위도 묵직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팬들은 그에게 '2군 오승환'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김현우는 "별명을 알고 있다"며 "당연히 기분이 좋다"고 웃었다. 자신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는 23일 경기에서 급하게 마운드에 올랐다. 장원삼이 7실점하면서 2회를 채 버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기 때문이다.
김현우는 "거의 한 달 만에 다시 서는 1군 무대였는데 준비를 다하지 못한 상황에서 나갔다"고 했다. 그는 "장원삼 선배가 그렇게 빨리 내려오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일단 이닝 수에 상관 없이 무조건 무실점으로 막자고 마음먹었다"고 등판 당시를 떠올렸다. 3-7로 끌려가고 있던 상황에 마운드에 섰던 김현우는 "타자들이 잘 치고 있기 때문에 내가 잘 막는다면 팀이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고 봤다"고 했다.
김현우는 4회말까지 던진 후 권혁과 교체됐다. 더 던지고 싶었던 아쉬운 마음은 없었을까. 그는 "4회말 선두타자로 나왔던 정훈에게 맞은 안타는 조금 의외였다. '저 타구가 왜 안타가 됐을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고 했다. 김현우은 후속타자 전준우를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손아섭을 2루수 앞 땅볼로 잡았다. 그러나 최준석을 상대로는 연거푸 볼 4개를 던져 출루를 허용했다.
김현우는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갔었다"며 "그러다보니 투구폼이 흐트러졌다. 7-7로 동점이 되다보니 긴장이 됐다. 좀 더 편하게 공을 던졌어야 하는데 그 부분은 아쉽다"고 돌아봤다. 김태한 삼성 투수코치는 김현우에게 '괜찮냐?'고 물었다. 만약 그 때 김현우가 더 던질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면 5회에도 마운드에 나갈 수 있었다.
그는 "잠깐 고민을 했다. 그러나 더 던지다가는 나 때문에 경기 흐름을 망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김현우는 김 코치에게 '힘이 빠졌다'고 얘기했다. 긴 이닝은 아니었지만 김현우는 추격조로 맡은 임무를 제대로 해냈다.
김현우는 "퓨처스에서 평소 짧게 하던 백스윙에 변화를 줬다"고 했다. 양일환 삼성 퓨처스 투수코치의 조언과 지도에 따라 백스윙을 길게 가져갔다. 류중일 감독도 "(김)현우는 백스윙을 더 길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우는 "구속 때문에 백스윙을 짧게 했는데 내가 잘못 알았다"고 했다.
백스윙에 변화를 주자 제구력과 함께 구속도 더 올라갔다. 김현우는 "그 전까지 직구 최고구속이 140km대 초반에 머물렀는데 이제는 146~147km까지 나온다"며 웃었다. 하지만 아직 가야할 길은 멀다. 김현우는 "투구내용이 좋지 못할 때는 별명 때문에 더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괜찮다. 꼭 오승환 선배처럼 잘 던지는 투수가 될 거라는 목표를 세웠다"고 각오를 전했다.
김현우는 오승환이 삼성에서 뛸 때 먼발치에서 바라만 봤다. 그는 "나는 주로 2군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평소 얼굴을 볼 기회가 별로 없었다. 1군에 올라왔을 때나 캠프에서 본 적이 있지만 말을 못 걸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그는 "오승환 선배는 혼자 묵묵히 운동을 하는 스타일이었고 나 또한 운동을 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을 때였다"고 덧붙였다.
김현우는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선수다. 일찌감치 병역 문제도 해결했다. 프로 2년차 시즌이던 2011년 상무(국군체육부대)에 입대해 복무를 마쳤다. 지난해 삼성으로 돌아와 퓨처스에서 35경기 2승 2패 7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2.68이라는 성적을 냈다. 올 시즌에는 평균자책점이 5.19로 높아졌으나 부상으로 24일 은퇴를 선언한 이우선과 함께 퓨처스에서 주로 마무리로 등판했다.
류 감독도 "현우같은 선수들이 성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우는 1군에서는 아직 추격조에 속한다. 하지만 경험이 쌓인다면 필승조나 마무리 투수로도 충분히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유망주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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