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외국인 선수가 그라운드에서 감독에게 언성을 높이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곪았던 상처가 결국 터졌다.
SK-한화의 경기를 앞둔 15일 문학구장.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사복 차림의 SK 외국인 선수 스캇이 훈련을 지켜보던 이만수 감독에게 다가갔다. 항의하듯 이야기하던 스캇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스캇은 이 감독에게 "거짓말쟁이"라는 말까지 내뱉었다.
뒤늦게 통역이 달려와서 스캇을 진정시켰다. 스캇은 통역에게도 불만을 표출했다. 스캇은 덕아웃에서 상황을 지켜본 취재진에게 "나만의 몸 관리 방식이 있는데, 지나치게 일방적인 지시를 하는 것에 대해 항의했다"고 말했다. 상황을 전해 들은 구단 관계자는 스캇과 면담을 했다. 스캇은 이 자리에서도 자기 뜻을 굽히지 않고 입장을 설명했다.
스캇은 올 시즌 단 33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6푼7리 6홈런 17타점에 그쳤다. 부상과 부진으로 세 차례나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스캇은 현재 재활군에 머물고 있다.
외국인 선수가 소속팀의 감독에게, 그것도 공개된 장소에서 목소리를 높여 불만을 표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감독은 물론, 팀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SK는 스캇의 퇴출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전적으로 스캇의 잘못이라고 단정 짓기도 어렵다. 이런 극단적인 사태가 일어나기 전부터 스캇과 구단은 마찰이 있었다. 대립의 길을 걷던 양측은 결국 파행 직전까지 왔다.
한 야구 관계자는 "어느 구단이든 외국인 선수와 마찰이 있기 마련인데, SK는 공개적으로 그들의 치부를 드러냈다. 외국인 선수는 돈을 주고 데려온 '용병'이다. 팀 성적을 위해 그들의 실력만 쓰면 된다. 굳이 선수를 바꾸려고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구단은 선발 단계부터 외국인 선수의 한계를 인지하고 있다. 향후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면서 "선수의 장단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잡음 없이 시즌을 이끌어가는 것이 감독의 능력이다. 선수를 제압하지 못한 것은 SK 구단의 잘못"이라는 생각을 덧붙였다.
스캇 영입 초기 그의 화려한 메이저리그 경력이 화제를 모았다. 각목 등을 활용하는 그의 독특한 훈련 방식도 눈길을 끌었다. 경기 도중 덕아웃에서 이 감독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는 스캇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SK는 스캇의 이런 자유분방함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부상과 부진이 겹치면서 팀 내 스캇의 입지는 점점 좁아졌다. 그리고 구단의 처사에 불만을 품은 스캇이 감독에게 따지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SK는 처음부터 외국인 선수에게 규율을 확실하게 인지시키고, 단속했어야 했다. 선수가 상황을 받아들이고, 팀에 융화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구단의 의무다. "구단의 일방적인 행동에 화가 난다"는 스캇의 말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8위에 처져있는 SK는 외국인 선수와의 소통에서도 문제를 드러냈다. 총체적 난국이다. 선수단 관리에 실패한 구단의 무능력함이 드러난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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