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소통과 존중이 핵심이었던 홍명보 감독의 리더십에 선수 개개인의 권한 강화가 추가됐다.
홍명보 감독은 2014 브라질월드컵 본선에서 선수단을 이끌 주장으로 구자철(25, 마인츠05)을 선임했다. 책임감, 인성, 리더십, 인화관계 등 모든 것을 고려해보니 구자철이 주장으로 적격이라는 것이다.
구자철은 지난 2009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대표팀 주장으로 홍명보 감독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홍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2 런던 올림픽 등에서 모두 주장을 맡았다. 누구보다 홍 감독이 원하는 것을 잘 파악한다고 볼 수 있다.
치고 빠질 때를 잘 아는 구자철의 능력은 런던 올림픽 당시 확실히 검증됐다. 선수들이 심판으로부터 억울한 판정을 받으면 적극 해명에 나서는 등 주장으로서의 책무를 제대로 하려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번 월드컵 대표팀의 평균 연령은 25.9세다. 절묘하게도 구자철의 나이와 같다. 구자철 위로는 곽태휘(33, 알 힐랄)가 최선참이고 1985년생인 박주영(왓포드), 김창수(가시와 레이솔), 이근호(상주 상무), 하대성(베이징 궈안), 정성룡(이상 29, 수원 삼성)이 고참급으로 중심을 이룬다.
이들 아래에 이용(28, 울산 현대)이 홀로 자리하고 그 다음이 1988년생 이청용(볼턴 원더러스), 김신욱(이상 26, 울산 현대)이다. 구자철 위로 8명이 있고 동갑내기 황석호(산프레체 히로시마), 이범영(부산 아아파크), 기성용(선덜랜드), 박종우(광저우 부리), 김보경(이상 25, 카디프시티)이 허리 역할을 한다. 해외파, 올림픽대표팀 출신 등 팀내 역학 관계까지 모두 고려한 적절한 주장 선임이다.
그렇다고 구자철에게 모든 권한을 주지는 않았다. 홍 감독은 "주장은 사명감을 잘 지킬 수 있어야 한다"라면서도 "23명의 리더십을 원한다"라고 말했다.
즉 특정 선수에 대한 의존보다는 선수단 전체를 아우르는 수평형 리더십을 요구한 것이다. 구자철이 자신의 플레이에 집중하면서 주장 역할도 수행할 수 있도록 짐을 덜어준 셈이다. 구자철도 "주장이라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책임감은 분명히 있지만 경기장 안에서 주장이 아닌 나의 역할을 하는 데 가장 큰 중점을 두겠다"라며 특별한 존재가 아님을 강조했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던 각급 대표팀은 모든 선수가 한 번 규칙이 정해지면 똑같이 지켰다. 다만 연령대가 어리니 홍 감독이 종종 직접 나서 다그치는 등 카리스마가 필요했다. 하지만 A대표팀답게 일방적인 지시가 아닌, 자신의 생각을 과감하게 이야기하며 소통한 뒤 결론이 내려지면 어려움이 있더라도 하나된 모습으로 분위기를 이어가주기를 바랐다.
홍 감독은 "모든 선수는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이야기해야 한다. 그라운드에서 스스로 판단한 것을 이어가는 환경도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창의적인 생각과 행동이 팀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야말로 홍 감독이 그동안 줄기차게 외쳐왔던 '원팀, 원스피릿, 원골(One Team, One Spirit, One Goal)'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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