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혜림기자] 완벽해 보이는 삶을 살아 온 40세 유부녀 오혜원이 열정과 순수함, 천재성까지 지닌 20세 청년 이선재를 만나 설렘을 느낀다. 20세차 멜로라는 로맨스 구도도, 김희애와 유아인이라는 주연진도 눈을 사로잡는다.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자꾸만 끌리는 금기의 사랑을 통해, '밀회'는 자신을 지키며 안전하게만 살아 온 많은 오혜원'들'에게 스스로를 돌아볼 기회를 안길 전망이다. 오랜만에 외피도 알맹이도 매혹적인 드라마가 출격한다.
12일 서울 서소문동 호암아트홀에서 JTBC 새 월화드라마 '밀회'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연출을 맡은 안판석 감독과 배우 김희애·유아인·심혜진·박혁권·김혜은·경수진이 참석했다.
일찍이 '밀회'는 2014년 JTBC 드라마 라인업 중 최고 기대작으로 꼽혀 왔다. 우아하고 세련된 커리어우먼으로 살던 오혜원(김희애 분)과 자신의 재능을 모르고 평범하게 살아가던 천재 피아니스트 이선재(유아인 분)의 사랑을 그린 멜로 드라마다. 개국 후 JTBC가 야심차게 선보인 드라마 '아내의 자격' 안판석 감독과 정성주 작가, 배우 김희애가 다시 뭉쳤으니, 뜨거운 기대도 일견 이해가 갔다.
소재도 매혹적이다. 20세 청년과 40세 커리어우먼의 사랑, 나이도 사회 경제적 지위도 너무나 다른 두 남녀가 서로에게 빠져드는 이야기가 안방을 찾는다니, 충분히 흥미를 끌만하다. '아내의 자격'이 불륜이라는 소재를 넘어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듯 '밀회'가 전할 속이야기에도 호기심이 인다.
이날 안판석 감독은 "스무 살 먹은 미혼의 청년과 마흔 살 먹은 유부녀가 연애를 한다면 마흔 살 여자가 돌을 맞을 일이지만, 삶의 모든 순간에서 순수하게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해왔는지 묻는다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을 것"이라며 "이 여자가 죽을 때까지 안전하게 살아갔다면 자기를 되짚어 볼 기회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기에만 번지르르한 삶을 살아 온 혜원이 선재를 만나 거친 비난을 마주치더라도, 결국 그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얻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안 감독은 "적당히 나이를 먹어 가고 안전하게 살아 온 우리 자신의 자화상"이라고 '밀회'를 설명한 뒤 "'20세와 40세의 러브스토리가 내 이야기와도 관련이 있구나' 하고 무언가를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를 높였다.
배우 김희애는 일찍이 '밀회'의 오혜원 역에 낙점된 상태였다. 소년과 남자의 얼굴을 모두 지닌 배우 유아인이 선재 역에 투입됐다. 실제로도 19세 차이인 배우 김희애와 유아인이 20세 차 파격 로맨스를 그린다니, 그 호흡에 일찍이 기대감이 일었다.
드라마로 꾸준한 사랑을 받아 온 김희애는 최근 색다른 시도를 이어왔다. 예능 프로그램 tvN '꽃보다 누나'로 소탈한 모습을 보여주더니, 오는 13일 개봉하는 영화 '우아한 거짓말'로는 20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했다. '밀회'에선 금기된 사랑에 빠져들고 마는 여인으로 분했다. 좀처럼 정체를 모르는 필모그라피다.
추문이 난무하는 세계에서 처신과 교양, 유머와 세련미를 모두 지켜 온 혜원 역에는 언뜻만 봐도 김희애가 적격이었다. 혜원은 20세 어린 선재에게 사랑을 느끼는 동시에 불안 역시 피할 수 없는 인물이다. 나이를 무색케 하는 미모에 뛰어난 연기력까지 갖춘 김희애라면 믿고 볼 만 하다.
김희애는 "독자가 돼 '밀회' 대본을 마지막 한 장까지 너무 재밌게 읽었다"며 "이선재 역을 유아인이 무척 매력적으로 연기해줬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이어 "이 드라마를 유아인이 안했으면 누가 했을까 싶다. 이선재 같지 않은 부분이 없을 정도"라고 극찬했다. 그는"이 드라마는 유아인에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작품"이라며 "우리에게도 빛나는 역할, 배우를 보게 만드는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20대 남자 배우들 중 가장 뛰어난 연기력을 지녔다고 평가받는 유아인은 '밀회' 캐스팅 후 티저 예고편과 포스터에서부터 시청자들의 기대를 드높였다. 특유의 그윽한 눈빛에는 아이같은 천진난만함에 겁 없는 스무 살의 불같은 열정도 엿보였다.
그가 연기할 선재는 홀어머니와 지방 도시를 떠돌아 살다 6세 때 이사간 집에 있던 낡은 피아노를 만나며 피아노 연주에 빠지에 된 인물이다. 퀵서비스 배달원을 하며 실업계 고등학교를 다니다 말다, 결국 고3 신분으로 스무 살이 됐다. 우연히 만난 혜원에게 사랑을 느끼는 청년이다.
제작발표회에서 "사랑의 욕망의 대상이 되는 데 있어 세대차는 없는 것 같다"고 답한 유아인은 "개인적인 생각일 수 있지만 카메라가 돌아가기 전에는 선배 김희애와 후배 유아인이지만 촬영이 진행되면 한없이 한 여자로서 바라보게 된다"며 "저도 한없이 소년일 때도 남자일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공개된 특별 영상에는 유아인이 김희애 앞에서 피아노 연주를 해 보이는 장면을 비롯, 두 배우가 함께 연주하는 신도 담겼다. 실제로 피아노를 전공한 배우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몰입도 높은 장면들을 만들어냈다.
유아인은 "잘 하는 피아니스트 분들의 영상이나 녹음을 통해 제가 실제로 타건을 하며 촬영하고 있다"며 "신기한 기분"이라고 알렸다. 안판석 감독은 "연주 장면에서 유아인은 얼굴만 필요할 줄 알았는데 연습 과정을 보니 몸 까지, 손까지도 가능했다"고 칭찬했다.
이어 "정확한 음을 못 짚을 수는 있지만 전문가 역시 연주하는 것으로 느낄 만큼 손의 움직임이 똑같았다"며 "손가락까지 (실사로) 찍어도 될 것 같아 대부분 그렇게 찍었다"고 밝혔다.
조연진 역시 쟁쟁하다. 그야말로 빈틈 없는 캐스팅이다. 심혜진은 혜원이 근무하는 서한예술재단 이사장 한성숙 역을, 김혜은은 학창시절부터 혜원의 친구이자 서한예술재단 산하 아트센터 대표 서영우 역을 맡았다. 박혁권이 오혜원의 남편이자 서한음대 피아노과 교수 강준형 역, 김창완이 서한음대 학장 민용기 역을 연기한다. 배우 경수진은 불량 여고생이었지만 선재를 짝사랑하다 얼떨결에 착실한 학생이 돼 취직까지 한 박다미로 분했다.
드라마와 예능, 보도 등 전반적인 부문에서 종합편성채널 중 가장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해 온 JTBC가 '밀회'로 또 한 번의 신드롬을 일으킬 수 있을지 기대가 쏠린다. 오는 17일 밤 9시50분 첫 방송된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