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벤치에 앉아 끝내 기회를 얻지 못한 박주영(29, 아스널)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스널은 5일 오전(한국시간) 영국 런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3~2014 FA컵 3라운드(64강전) 토트넘 홋스퍼와의 북런던 라이벌전에서 2-0으로 승리했다.
박주영은 벤치에 대기했다. 아스널은 올리비에 지루, 니클라스 벤트너 등의 부상으로 공격진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날 최전방에는 시오 월콧이 자리 잡았다.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박주영에게도 기회가 오기에도 충분했다.
점수도 2-0이 되면서 박주영이 들어갈 여건이 됐다. 하지만 아르센 벵거 감독의 교체는 페어 메르데자커, 마티유 플리미니, 메수트 외질이었다. 박주영이 할 일은 그저 그라운드만 바라보는 것이었다.
올 시즌 박주영이 아스널에서 얻은 기회라고는 첼시와의 캐피탈원컵 4라운드가 전부다. 그것도 후반 36분에 나서 뛴 것이 전부다. 기회 역시 얻지 못했다. 이날 대기 명단 역시 첼시전 이후 처음이었다.
사실상 박주영에게는 마지막 기회였다. 박주영은 리그컵, FA컵에서만 아주 적은 기회를 얻었을 뿐 정규리그에서는 나서지 못하고 있다. 주전들의 훈련 파트너로만 활용되고 있다. 박주영 관련 기사 덧글에서 '주급 도둑'이라는 표현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이유다.
벵거 감독의 시야에서 사라진 박주영의 살 길은 이적 뿐이다. 박주영은 지난해 여름에도 이적 가능성이 있었지만 "아스널에서 승부를 보겠다"라며 잔류를 선택했다. 안타깝게도 승부를 볼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상황이다.
오히려 영국 언론들은 연일 아스널 방출 명단에 박주영이 포함됐다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박주영 대신 디에고 코스타(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페르난도 요렌테(유벤투스) 등 새 공격진 영입설만 터져나오고 있다. 박주영이 안중에 없음을 인증하는 것이다.
박주영 이적의 선결 조건은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 되느냐가 있다. 박주영과 아스널의 계약은 공개된대로라면 6월이면 끝난다. 아스널이 박주영을 FA로 풀어주면 이적료가 사라진다. 프랑스 등에서 박주영에게 여전히 관심을 보이는 이유다. 물론 아스널이 2년 전 박주영 영입으로 사용한 고액의 이적료를 포기해야 가능한 일이다.
이적료라도 받아 먹기 위해 버틴다면 박주영은 사면초가 신세가 된다. 이제 박주영에게는 진짜 선택의 시간이 남았다. 계약기간 6개월 미만의 선수는 자유롭게 타 구단과 협상할 수 있는 '보스만 룰'을 생각하면 가능성은 충분하다. 대화를 통한 설득이라는 유용한 기술도 있다. 박주영이 아스널에 양보를 받아 선택해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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