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비기기만 해도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었다. 승리하면 더 완벽한 우승이었다. 프로축구 울산 현대의 2013 K리그 클래식 우승의 두 가지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울산의 시나리오는 모두 휴지조각이 됐다. 포항이 후반 추가시간 김원일의 결승골로 1-0으로 승리한 것, 1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 오후 4시의 풍경은 그렇게 교차됐다.
뼈아픈 패장이 된 울산 김호곤 감독은 씁쓸하게 선수들을 위로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경기 전 취재진에게 "시원하게 끝내고 한 잔 합시다"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던 김 감독이기에 더 고독해 보였다.
할 말은 많지 않았다. 김 감독은 "양 팀 모두 좋은 경기를 했다고 생각한다. 우승한 포항에 박수를 보낸다. 우리 선수들도 끝까지 홈에서 승리를 해야겠다는 강한 정신력으로 잘 싸워줬다. 고맙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울산의 결정적인 패인은 공격의 핵 김신욱, 하피냐 투톱의 결장이었다. 이들은 지난달 27일 부산 아이파크전에서 경고를 받아 누적되면서 이날 포항전에 뛸 수 없었다. 김 감독은 임시방편으로 호베르또, 한상운을 내세웠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후반 중반 이후 최성환, 마스다 등 수비자원을 투입하며 지키기에 집중하다 포항의 막판 한 방에 무너졌다.
김 감독은 "정상적인 경기를 하려고 했다. 패스 플레이로 볼 소유 시간을 늘렸어야 했는데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조금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한 듯하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후반에는 플랫3를 내세워 수비적으로 바꿨다. 포항이 박성호를 통해 제공권 축구를 하려는 것에 대비했다. 마지막에 아쉽게 실점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라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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