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올 시즌 프로축구는 시즌 막판으로 접어들고 있지만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우승, 강등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매 경기 명승부가 이어지고 있다. 그 속에서 존재감을 빛내는 신인 또는 어린 선수들의 활약은 더욱 대단하다.
자연스럽게 누가 신인왕 경쟁에서 앞서나가느냐에 시선이 쏠린다. 올해부터는 경쟁 구도가 더욱 후끈 달아올랐다. 프로축구연맹이 신인상을 폐지하는 대신 '영플레이어상'을 신설해 후보군이 넓어졌다.
'영플레이어상'은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선수 중 대한민국 국적(북한국적 및 해외동포 포함), 만 23세 이하, 국내외 프로 출전햇수 3년 이내, 해당시즌 K리그 전체 경기중 1/2 이상 출전 선수를 후보로 한다. 과거에 신인선수상 수상 경력자는 제외된다.
현재 영플레이어상의 유력한 후보군은 다섯 명 정도로 압축된다. 이석현(23, 인천 유나이티드), 고무열(23, 포항 스틸러스), 박준강(22, 부산 아이파크), 이종호(21, 전남 드래곤즈), 윤일록(21, FC서울) 등이다. 이 중 축구 관계자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언급이 되는 이들은 이석현, 고무열, 윤일록 등 3명이다.
1년차 박준강은 28경기 모두 풀타임을 소화하며 1골을 넣었다. 오른쪽 풀백으로 올 시즌 일본 J리그 가시와 레이솔로 이적한 김창수의 공백을 훌륭하게 메웠다. 3년차인 이종호도 30경기(풀타임 10회)에서 6골 4도움을 기록중이다. 이들의 기록은 준수하지만 팀 성적이 아쉽다. 부산은 그룹A에서 최하위고 전남은 그룹B로 내려가 박준강, 이종호의 활약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시즌 초 폭풍 이석현, 막판 대반전을 노린다
인천의 신인으로 등장한 이석현은 시즌 초반 무서운 신인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2라운드 FC서울, 3라운드 성남 일화전 등 쟁쟁한 팀을 상대로 1골씩 넣으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후 인천 공격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김봉길 감독이 "복덩이가 나타났다"라고 할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뽐냈다.
덕분에 재기를 준비하던 이천수는 이석현과 포지션 경쟁을 해야 했다. 이천수가 "공격형 미드필더가 가장 좋다"라고 했지만 이석현이 측면으로 밀어낼 정도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기록도 나쁘지 않다. 29경기(풀타임 16회)에서 7골 2도움을 올렸다. 팀내에서 디오고(7골 2도움)와 함께 최다득점을 달리고 있다.
인천이 시도민구단 중 유일하게 그룹A로 올라서는데 있어 이석현의 공은 상당했다. 가장 중요했던 25라운드 수원 삼성전에서 골을 넣으며 조기에 그룹A 진출을 확정짓는 역할도 해냈다. 패스, 세트피스 키커 능력도 출중해 팔방미인이나 다름 없었다.
물론 이석현은 몸은 낮추고 있다. 스플릿 리그가 시작된 뒤 팀의 승리를 제조하지 못하고 있다. 부상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내다 3일 울산 현대전에 교체로 나섰다. 그는 "지금은 팀 성적이 더 중요하다. 팀이 이기고 잘하면 나 역시도 좋은 결과가 따라올 것으로 믿는다"라며 영플레이어상 후보로 거론되는 것에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남은 경기에서 어떻게든 더 잘 해보겠다는 이석현이다.
황선홍 감독이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남자 고무열
포항 고무열의 등번호 18번은 황선홍 감독이 현역 시절 달았던 번호다. 황 감독이 2011년 포항 사령탑으로 부임한 뒤 자신의 후계자를 찾으면서 고무열을 낙점하고 공격 DNA를 집중적으로 심을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다. 황 감독은 고무열이 조금 더 욕심을 갖고 플레이를 해주기를 바랄 정도로 비싼 과외를 아끼지 않고 있다.
프로 3년차인 고무열은 2011년 뼈아픈 기억이 있다. 데뷔 첫 해 신인왕 경쟁에서 당시 광주FC 소속이었던 이승기(전북 현대)와의 경쟁에서 밀렸다. 기자단 투표 115표 중 이승기가 57표를 받았고 고무열 48표, 윤일록 10표 순이었다. 황선홍 감독은 "올해 고무열이 반드시 영플레이어상을 받도록 만들겠다. (고)무열이가 좀 더 욕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나타냈다,
기록도 나쁘지 않다. 30경기(풀타임 7회)서 7골 4도움으로 이석현보다 약간 앞선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5경기에 선발(풅타임 1회)로 나섰다. 팀 성적의 후광을 받는다면 고무열이 영플레이어상 수상에 유리하다. FA컵 우승을 한 포항이 정규리그까지 품에 안으면 고무열의 수상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욕심을 숨기지 않는 고무열이다. 그는 "(이)석현이와 친한데 이번에는 내가 받고 싶다. 신인왕을 놓쳤었으니 반드시 받겠다. 아마 시상식에 지난해 신인왕인 이명주(포항 스틸러스)가 시상자로 나올텐데 명주로부터 상을 받고 싶다. 또 내년에는 문창진이나 이광훈, 후년에는 김승대 등 포항 선수들이 계속 받았으면 좋겠다"라며 강한 열망을 드러냈다.
천국과 지옥을 오간 윤일록, 끈기를 믿는다
2011년 경남FC를 통해 프로에 입단한 윤일록은 올 시즌 서울의 유니폼을 입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다. 이적 당시 경남 사령탑이었던 최진한 감독이 자신도 모르게 이적이 이뤄졌다며 강력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잡음을 뒤로하고 서울에 와서는 장쑤 순톈(중국)과의 챔피언스리그 1차전에서 두 골을 터뜨리며 화려한 이적 신고를 했다.
그러나 포항과 K리그 클래식 개막전에서 오른족 허벅지 부상을 당해 한 달 반을 쉬었다. 그 사이 서울의 성적도 바닥을 향했다. 공교롭게도 윤일록이 복귀하면서 서울도 정신을 차렸고 금새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갔다. 측면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는 윤일록은 서울에 부족했던 공격 속도를 끌어올려주는 힘으로 작용했다.
무엇보다 챔피언스리그에서의 공헌도가 상당하다. 9경기(교체출전 3회) 중 6경기를 선발로 나섰고 4골을 넣었다. 윤일록이라는 확실한 공격 옵션 덕분에 서울은 결승까지 진출했다. 정규리그에서도 26경기(풀타임 5회)에 나서 2골을 넣었다. 팀도 4위로 비교적 순항중이다. 대표팀 홍명보호에도 승선해 동아시안컵 일본전에서 골을 넣는 등 태극전사로서의 활발한 움직임도 보여주고 있다.
윤일록의 마음은 어떨까. 그 역시 첫해 신인상 가까이 갔었다가 걸음을 멈췄다. 무리를 해서라도 상을 노려볼 수 있다. 그러나 윤일록은 팀부터 생각하겠다며 조심스러워했다. 이적 첫 해 누구도 쉽게 갈 수 없는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다가섰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은 챔피언스리그 우승이 중요하다. 내 생각을 할 시간이 없다. 상이라는 것은 팀 성적이 좋으면 자연스럽게 내게도 빛이 드리워지고 기회가 올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일단 서울의 아시아 정상 정복에 올인하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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